정책자금 소외 중견기업에도 뭉칫돈…5조원 규모 중견기업전용 모펀드 조성

중견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중견기업전용펀드가 5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시중은행이 직접 모펀드 재원을 출자해 성장 가능성이 큰 중견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한 자펀드가 시장에 대거 투입될 전망이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를 비롯한 중견·중소기업에 총 76조원의 자금이 공급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책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5대 시중은행이 나서 민관 합동으로 76조원 규모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시중은행은 20조원 규모로 동참한다. 앞서 민당정 협의회에서 공개한 대책의 세부 내역이다.

이번 대책에는 특히 그간 정부정책에서 소외됐던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한국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견기업의 밸류체인 강화와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 대거 투입된다.

특히 5조원 규모로 조성될 중견기업전용펀드는 시중은행이 전액을 출자해 모펀드를 조성한다. 사실상의 민간모펀드다. 성장금융투자운용이 신탁 형태로 모펀드 자금을 운용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성장금융은 이날 양해각서(MOU)를 체결, 최대 출자 규모를 확약했다. 5개 시중은행은 각 500억원을 출자해 총 5000억원의 펀드를 1차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성된 펀드는 사업재편 및 스케일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중견기업 및 예비 중견기업에 50% 이상을 투자한다.

중견기업의 경우 기술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회사채 등 직접 금융 이용이 쉽지 않은 환경을 고려한 조치다. 중소·벤처기업에게 집중됐던 저리 정책자금도 대폭 확대해 중견기업의 성장 사각지대를 줄이기로 했다. 중견기업 전용 저리 대출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이 각 1조원씩 6조원을 4월부터 공급한다.

반도체·첨단산업 분야 영위기업에는 26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주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서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공급망기본법에 따라 조성되는 공급망안정기금 가운데 5조원 가량을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기술 개발, 국내 유턴기업 및 해외자원 확보 등에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집중 지원한다. 산업은행도 초격차 주력산업에 15조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재기지원을 위한 자금도 40조6000억원 가량이 풀린다. 국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금리인하 프로그램과 보증지원, 재기지원 등을 폭넓게 지원한다. 특히 금리인하 프로그램에도 시중은행이 3조원을 보태기로 했다. 4월부터 차주 신청에 따라 대출금리 5.0% 초과 대출에 대해 1년간 금리를 5%까지 감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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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민관이 함께 협심해 나온 결과물”이라면서 향후에도 민간은행이 기업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원에 집중된 정보를 산업별에서 기업별 수준으로 세분화해 제공하는 등 제도개선 및 인프라 확충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신(新)산업정책 2.0 전략이 목표로 하는 2024년 수출 7천억불, 민간투자 150조원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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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이사 등 5대 시중 은행장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견기업 전용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이사, 조병규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