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환경운동이 얽어맨 규제…“환경영향평가 대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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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조기 정착과 주민의견수렴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 제도 전반에 걸쳐 환경운동이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설악산 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 등 대규모 정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보전과 사업추진 간 대립으로 반대 진영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버팀목으로, 찬성 측에는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로 부각됐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목적 및 역할, 성과, 지향적 가치, 절차적 민주성 등은 까맣게 잊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을 제정했다. 환경부는 야생생물의 서식실태조사, 종합관리시스템구축, 특별보호구역지정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관리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시행으로 인한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경제환경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고 적절한 저감대책을 수립해실천하도록 사업자에게 의무화함으로써, 환경영향(자연생태계 훼손 및 환경오염, 지역사회 변화 등)을 관리해 친환경적인 개발이 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의 서식실태조사, 보호대책수립 등 환경부 역할을 국민(사업자)이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야생생물 보호 명분으로 생태조사의 부실을 환경영향평가의 부실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사업 반대의 이유로 제기하면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이뤄낸 환경영향 관리성과를 모두 묻어버렸다.

이 시점에서 사업자의 노력과 제도의 역할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제도 시급히 '대전환'해야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환경평가기술자들과 조사·설계 등 다양한 기술자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의 반복회의를 통해 수립한 환경대책이 반영되고 있다. 환경단체가 제기하는 환경영향평가 및 조사의 독립성은 충분히 지켜지고 있다. 특히 생태조사부실은 사업자 간섭보다는 전문인력·비용 등 기반 문제에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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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조사비용을 직접경비로 전환한다면 조사를 구체화하고 부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사비용은 사업자와 평가대행자 조사수행자가 모두 관계되므로 필요한 곳에 적정하게 투입해야 한다. 기준면적에 기반한 조사 분류군별 투입인력, 출장비, 제경비, 기술료를 반영해 기초 단가를 만들면 조사범위, 조사 분류군, 조사 횟수 등과 연동돼 조사비 산정이 수월하고 낙찰률 적용, 설계변경 반영, 재대행 비용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환경부는 자연생태분야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종환경영향평가대행업을 도입했다. 환경영향평가수행을 총괄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사 자격 제도 또한 도입했다. 환경영향평가사는 자연환경보전 역량을 보유한 만큼 2종환경영향평가대행업을 총괄 관리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교 또는 지역전문가를 참여시킬수 있도록 2종환경영향평가업자에 의한 재재대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2종환경영향평가대행업자와 전문가에게 재대행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서를 더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자연환경보전(원형보전지 확보, 멸종위기종분포지역 회피 등) 및 회복(사면녹화, 에코브리지, 멸종위기종이주, 대체서식지조성 등)대책을 수립하고 주거생활환경 안정대책(방음벽설치, 비산먼지발생제어, 일조및 조망권확보 등)을 실천해 국민이 더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했다. 또 자원순환정책(빗물활용, 처리수재활용, 재생골재사용 등), 탄소중립정책(태양광, 지열 활용,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환경용량관리(수질오염총량 관리, 대기오염총량관리, 기반시설 수용력 관리 등) 등 환경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환경영향평가도 건축감리처럼 비상주 환경전문가를 참여시켜 저감대책 효과를 관리하고, 설계변경·환경민원 등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장 자율관리를 확대해야 한다. 사업자가 환경친화적 사업에 동참하면서도 규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조건 이행관리가 환경영향평가 제도 효과와 매우 밀접하게 관계됐다. 그러나 아직도 협의기관의 확인·점검과 주변지역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한 예기치 못한 환경영향과 환경사고 감시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는 현장 여건의 다양성을 바로바로 반영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다한 조사로 이어지고 발생 시기와 조사 시기의 불일치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장기술자·행정경험자 중심 '환경기술운동'이 대안

“반대하는 사업에는 부실이 있고 찬성하는 사업에는 부실이 없다”라는 평가기술자들의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실 원인이 참여 기술자의 의도적인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순 과실인지, 제도의 문제인지, 부실 진단에 따라 다양한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에서 환경운동은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근간으로 기술개발, 제도개선 등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시점의 환경운동은 부실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보다는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규제를 부추기는 환경운동이 과연 환경영향평가제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환경운동의 방향 전환을 선언하며 최근 출범한 '한국환경정책협의회'가 환경단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 해소 도모, 환경개선 관련 대국민 운동, 과학적 환경문제 분석, 환경분야 정책개발 및 개선 제안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현 환경운동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새로운 운동방향과 방법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 현장경험이 풍부한 기술자들과 행정가들이 퇴직 후 '환경기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환경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사업과 환경을 고려한 대안 제시와 더불어 제도개선·기술개발에 참여한다면,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본래 목적인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

〈필자〉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강원대 환경학과를 졸업하고 하천수질관리로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환경오염 진단·수치모델을 이용한 수질변화예측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환경영향평가 전문회사에 종사하면서 환경영향평가 기술자로의 30년 동안 활동했다. 1998년 수질관리기술사를 취득하고 환경영향평가분야 발전을 선도하며, 환경영향평가협회 교육위원장과 부회장 3년 임기를 마친 후, 2019년~2022년 10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22년 3월부터는 11대 회장으로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경기도 지방산업단지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의 이행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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