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 〈25〉타인 간의 대화 녹음의 적법성 판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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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최근 학부모가 교사의 아동학대범죄 채증을 위해서 몰래 수업현장을 녹음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학부모가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타인의 전화 대화 또는 오프라인 발언의 녹음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가 문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려면, ① '타인 간의 대화'이어야 한다.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의 녹음은 불법이다. 반면 대화에 참여하는 일방의 녹음은 적법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1237 판결). 법인의 경우 그 소속 직원과 고객 간의 대화를 녹음했다면 이때 대화 일방은 법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적법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1237 판결). 만일 3명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녹음을 한다면 다른 두 사람의 대화는 녹음자에게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문제가 없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그러나 제3자가 대화자의 일방의 동의만 얻고 다른 일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을 했다면 이는 위법하다(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②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야 불법인바, 따라서 공개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 대화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본다. 첫째, 학부모가 교사의 아동학대범죄 채증을 위해서 아동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한 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이미 언급한 대법원 사례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원심은 교사가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한 발언은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교실 내 특정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이고, 학부모는 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학부모의 녹음파일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판단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양주시청 공무원의 자신의 사무공간에서 한 발언을 가청거리 내의 칸막이 밖의 다른 사람이 이 대화를 녹음한 사례이다(서울고등법원 2023. 7. 13. 선고 2023노1373 판결). 이 사례에서 피고인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과시간 중에 이루어졌고, 가청거리 내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공개되지 않은 대화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그러나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전자기기의 발달로 대화 녹음은 쉬워졌고 그래서인지 법정에 제출된 증거에 녹음파일이 없는 경우가 많지 않은바, 자신을 위해서 채증하는 과정이 자칫 불법을 저지르는 과정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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