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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매년 이맘때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가전업계 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과 관련 학자, 전문가, 관료들까지 대거 참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로 자리잡았다. 필자도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체류하면서 CES에 참가 중인 기업의 부스를 방문하고, 첨단기술에 대한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인에 관해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2024년에도 미국, 중국은 각각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7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도 회장 또는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22년 약 18만명에 달한 관람객이 올해에도 다수 방문할 것으로 전망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한국에서 서로 바빠 만나기 힘든 관련 분야 국내 전문가들도 매년 라스베이거스에 가야 1년에 한 번이라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있다는 점이다. 라스베이거스 거리에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동아시아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넘쳐난다. 라스베이거스행 항공편을 운영하는 항공사, 택시, 호텔 등은 이 시기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예술가 등도 관련 트렌드를 보고 싶다면서 방문하곤 한다. 이번에도 평소 인공지능(AI)에 관심을 보여온 지드래곤(권지용)이 직접 기업 부스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기기를 체험했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셀럽이 방문하면 많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CES 무용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이 있다. 또 신제품 첫 공개와 같은 빅 이벤트도 기대보다 많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싼 항공료와 호텔비를 들여가며 방문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일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비 또는 관련 지원금을 활용해서 CES 전시 부스를 확보하거나 관람을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필자는 올해가 첫 방문이라 아직 조심스럽지만,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오는 만큼 열심히 많은 것을 얻어간다면 그만큼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년 열리는 행사 하나가 이 지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관련업계와 소비자를 흥분시키고 있다면 호불호를 떠나 대단한 임팩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할 것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가 이런 행사를 직접 유치, 운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이제 우리 나라도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임팩트를 갖는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는 생생한 성공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BIFF는 관록있는 서구 중심의 영화제 풍토에 도전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발돋움 했고, 지스타 역시 2023년 기준 약 20만명의 관객이 찾는 게임관련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 했다.

CES 임팩트를 잘 분석해 경제적, 비경제적 효과를 추산해 보고 앞으로 소비자가전, AI, 자율주행차 등의 첨단 영역에서 우리나라가 리더십 형성을 위해 어떤 행사를 정기적으로 기획하고 주최할 것인지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