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특허청, 국익 관점에서 현실적 해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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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자신문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지식재산(IP)서비스 기업 A사 선행기술조사원 150여명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집회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 11월 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실직 위기에 처한 A사 선행기술조사원으로 보이는 40대 가장의 딱한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선행기술조사원은 법령에 따라 지정받은 전문조사기관에 소속돼 특허청의 특허, 상표 등 산업재산권 심사를 지원함으로써 심사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심사기간 단축, 심사품질 고도화, 정부 예산 절감 등에 기여해왔다. 그런 이들이 왜 정부청사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을까.

사건의 시작은 9월 감사원의 공직비리 감사보고서로 보여진다. 2019년 A사 대표가 특허청 공무원에게 제공한 골프비, 대리운전비 등을 선행기술조사 물량을 더 받기 위한 직무관련성 있는 금품, 향응 수수로 보고 해당 공무원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이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본 사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 조사 중이다. 의혹 당사자는 대가성이 없음을 주장하는 데, 이후 기소 여부에 따라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특허청은 A사에 대해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선행기술조사 물량도 끊었다. 이에 따라 A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고 조사원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A사가 글로벌 IP서비스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조사원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IP산업을 위시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본 사안을 바라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다.

우선, 200명 조사원 일자리 문제다. 조사원들은 특허청의 행정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일한 IP산업인이다. 사법 당국이 판단 중인 회사 대표 일을 근거로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포괄적 제재가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조사원 200명이 당장 일손을 놓았을 때 특허청 심사 업무 공백과 IP행정 서비스 수요자의 우려와 혼선도 우려된다.

정부는 지식서비스 일자리 200개를 새로 만드는 데 투입되는 비용, 고급 IP전문인력 200명 육성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종합 검토하면서 이번 조치의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행정조치의 시기적, 내용적 적절성이 고려돼야 한다. 특허청의 즉각적 행정조치로 인해 경영난에 처한 국내 한 중견 IP서비스 기업의 사업이 축소되거나 사업 활동이 중단되면 그 자체로 그동안 애써 쌓아 온 소중한 IP 분야의 큰 자산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더욱이 항간에 떠도는 얘기처럼 글로벌 IP서비스 기업에 매각이라도 된다면 이는 국부 유출은 물론 자칫 IP주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적극적 조치로 미뤄볼 때 국회 지적에 대한 행정청의 의지는 충분히 보여줬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 관점에서 조금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성상 목원대 행정학부 지식재산학과 교수 s2t2@mok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