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제품 선례 부족” 이유로
입찰 전환·교육부 공문 등 요구
5000만원 이상 공고 찾기 어려워
제도 개선외에 문화 변화 필요
교육부, 행정실 직원 연수 계획
#A업체는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1년 동안 얼굴 인식 출결시스템을 개발했다. 출결과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자동 연계한 에듀테크 제품으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그러나 선도학교 도입을 앞두고 학교 행정실로부터 학교장터(S2B)를 통한 수의 계약이 어렵고, 입찰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품 사용 선례가 없고, 금액도 2000만원을 훌쩍 넘겨 수의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A업체는 입찰로 전환할 경우 관련 절차도 복잡하지만, 최저가 방식으로 혁신 제품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18일 정부가 학교에서 교구나 용역의 학교장터(S2B) 이용시 수의계약 가능 금액을 최대 1억원 이하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5000만원을 넘기기도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올해 4월부터 디지털 교육 혁신 환경을 조성하고 학교 현장의 에듀테크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장터 시스템을 개편하고 제품 구분에 '에듀테크'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행정안전부 고시 개정과 맞물려 학교장터 수의계약 상한 금액(추정가격 기준)도 기존 물품 7000만원, 용역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모두 상향됐다.
제도 시행 반년이 넘었지만, 학교장터에 올라오는 수의계약 공고는 에듀테크 소프트웨어 등 용역 기준 여전히 2000만원 이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5000만원 상당 수의계약 건은 여성이나 장애인기업, 사회적약자기업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최대 1억원까지 학교장터에서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바꿨다고 했지만, 학교 행정실에선 여전히 교육부나 교육청 공문만 요구한다”며 “제도가 바뀌었지만 관행적으로 일해오던 부분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선 에듀테크 도입 절차가 복잡하고 디지털 혁신 제품이나 신기술 적용에 대한 선례가 없어 당장 적용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또 시·도교육청이나 학교마다 물품 구매시 절차나 금액 기준도 상이하다.
공교육에서 일정 금액 이상 에듀테크 구매는 물품선정위원회를 개최하는데, 이때 물품선정위원회 개최 기준금액도 시·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지역별로 상이하다. 예를 들어 서울교육청은 1회 구매총액이 추정가격 2000만원을 초과할 시 개최를 권장하고, 대구교육청은 품목별 구매단가 500만원 또는 품목별 구매총액 1000만원 초과 시 의무 시행을 요구한다.
학교 교사의 경우 선도적으로 수업에 필요한 에듀테크 제품이나 솔루션을 도입할 때 일일이 행정실 등을 설득하거나 관련 규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도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
교육부에선 제도 개선과 함께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공교육 에듀테크 도입 가이드'를 내놓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교 교사와 행정실 직원 대상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의 에듀테크 도입을 포함해 디지털 관련 제도개선팀 태스크포스(TF) 킥오프를 시작했다”며 “학교의 제도나 법령 규정·지침 이런 것중에 디지털 친화적이지 않거나 저해하는 요소를 발굴해서 하나씩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