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의 이원종이 하드캐리한 열연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3일 방송된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 8회에서는 강조(이원종 분)가 이끄는 고려 본군과 거란과의 ‘삼수채 전투’가 펼쳐지며 극강의 전쟁 스펙타클을 선사했다.
특히 고려의 비밀 무기 검차진이 본격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한순간의 자만으로 거란에게 생포돼 생사기로에 놓인 강조의 최후의 한마디는 안방극장을 전율케 했다.
이원종은 ‘고려 거란 전쟁’ 1회~8회의 초반부 스토리를 책임지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그는 군주를 죽이고 권력을 찬탈한 역신이자 죽음으로 거란의 침략에 맞선 충신의 두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 ‘킹 메이커’ 강조의 두 얼굴
강조는 황실 내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고려 제7대 황제 목종(백성현 분)을 시해하고, 마지막 용손인 왕순(김동준 분)을 왕위에 옹립시켰다. 하지만 강조의 정변은 거란에게 2차 침입을 일으키는 명분을 주게 됐고, 현종은 한 명의 반역자로 인해 고려 백성이 피 흘리게 할 수는 없다며 강조를 처단하려 했다. 하지만 강조는 현종에게 “소신이 꼭 죽어야 한다면 고려를 위해 싸우다가 죽을 것이옵니다. 폐하의 칼에 죽는다면 영원히 역적으로 남을 뿐이옵니다”라고 팽팽히 맞서며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현종으로부터 생사여탈권을 지닌 부월을 하사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강조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뒤흔든 명장면으로 꼽혔다.
◆ 강조의 최후의 사투 ‘삼수채 전투’
강조는 거란과 대회전으로 맞서야 하는 ‘삼수채 전투’에서 승기를 다잡기 위해 비밀 무기 검차를 이용했다. 일자진으로 거란군의 칠갑 기병을 유인한 고려군은 검차 앞을 막고 있던 장방패 병을 사각방진으로 변경, 검차가 진격할 길을 만들었다. 맹렬히 적진을 향해 달려오던 거란의 철갑기병들은 예상치 못한 검차진의 등장에 당황, 고려군은 기병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물풀매(돌을 던질 때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쇠도리깨(도리깨 모양으로 만든 쇠병장기), 장창으로 맹공을 퍼부어 거란군을 퇴각시키는 데 성공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김한솔 감독은 “귀주대첩이 ‘고려 거란 전쟁’의 변주곡이라면 ‘삼수채 전투’는 변주곡의 원곡이라 할 수 있다”며 “추후 극이 전개되면서 원곡과 변주곡이 어떻게 다른지 또 양국이 서로를 경험하며 변화하는 전략과 고려의 비밀병기인 검차가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봐 달라”며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 한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참사 그리고 충정의 여정
거란의 허를 찌르는 데 성공한 강조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거란군은 강조가 여유롭게 바둑을 두는 사이, 검차진 후방을 기습 공격해 강조와 이현운(김재민 분) 등 고려군을 생포했다. 하루아침에 포로가 된 강조는 생사기로의 순간, 야율융서로부터 투항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강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는 고려의 신하다. 이 반역자를 믿고 대군을 맡겨주신 고려의 황제 폐하를 위하여 죽어서도 영원히 충성을 다할 것이다”라며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눈 감는 순간까지 고려의 신하이길 소원했던 강조의 꺾을 수 없는 절개와 충심은 안방극장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원종은 절제된 감정연기와 카리스마로 강조 캐릭터의 두 얼굴을 치밀하게 담아내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특히 고려를 향한 충성심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수많은 ‘숨멎’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9회는 오는 9일 토요일 밤 9시 25분 방송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준수 기자 (juns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