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바꾸는 블록체인...압도적 투명성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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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서 국내 비영리기관 관계자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블록체인이 기부 문화를 바꾸고 있다. 블록체인이 모금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기부자들에게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빠르게 새로운 기부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블록체인 기반 모금 플랫폼 기빙블록 202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기부액은 1억2500만달러(약 1630억원)를 넘어섰다. 가상자산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보냈음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기부액이 모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자산 기부가 활발하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21년 국내 법정기부금 단체 가운데 최초로 가상자산을 기부받았다. 이후 기부 참여자에게 기부증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주는 '그린 열매 NFT 나눔 캠페인'을 진행했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9월 국내 비정부기구(NGO) 최초로 이더리움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페이지를 열었다. 사내벤처로 키운 소셜 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도 소개했다. 스스로 캠페인을 만들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기부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블록체인 기업 중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에 가상자산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업비트 이용자가 기부용 전자지갑 주소로 비트코인(BTC)을 기부하면 해당 금액 만큼 일정 한도 내에서 두나무가 추가로 기부금을 더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을 활용했다. 총 14BTC, 기부 당시인 3월 14일 기준 약 4억4000만원이 모였다.

블록체인은 모금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기부자들에게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는 변경할 수 없고, 열람이 가능한 장부에 사용내역이 기록돼 기부금의 모든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 간 자금 이체 속도 증진과 수수료 절감 또한 디지털 자산 기부 장점이다. 전자지갑으로 직접 전송되는 블록체인 이전 방식은 기존 해외 송금보다 빠르고, 비싼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한 전시 상황이나 자연재해시 지원을 신속하게 제공, 구호활동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공백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다. 법인이 기부받은 코인을 장내에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법인의 디지털 자산 수취와 관련해 회계법인 등 각 기관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기부 문화의 확대를 위해 기부 받은 자산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과 명확한 회계 기준이 제시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기부 영역 확장을 위해선 더 많은 사례와 지침 등을 함께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