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 안마의자?…의료기기 불법거래 성행

허가 판매사업자만 유통 가능
소비자 절반 “불가 품목 몰라”
세균감염 위험·사용 부작용 우려
정부·업계, 모니터링·홍보 강화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의료가전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안마의자, 통증관리기 등은 허가 판매사업자가 유통을 해야 하지만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 없이 개인간 거래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가전 업계에서 의료기기 출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기업, 중고거래 플랫폼의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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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에 올라온 의료기기 안마의자 판매 게시글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의료기기 안마의자, 통증관리기, 탈모치료기 등 의료기기 가전 판매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달에만 사이트별로 30~50건이 넘는 글이 게제되는 등 의료기기 가전 불법 중고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서는 세라젬, 바디프랜드 등 유명 브랜드의 의료기기 안마의자 판매 게시글이 40여건 가량 존재한다. 중고거래를 희망하는 V6·V7(세라젬), 메디컬팬텀·팬텀메디컬케어(바디프랜드) 등 모델은 모두 치료목적과 근육통 완화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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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탈모치료 의료기기 판매 게시글

LG전자의 통증완화 의료기기 '메디페인'과 탈모치료기기 '메디헤어'도 온라인에서 불법 중고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중고나라에서 두 제품을 검색하면 이달만 20여개가 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당근 플랫폼에서도 지역에 따라 10~20개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인기품목이다. 번개장터에선 저주파 물리치료기, 고주파 통증완화기, 저주파 자극기 등 의료기기를 판매한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료기기법에는 의료기기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만 이를 유통할 수 있다. 해당 중고거래 플랫폼에 게시된 글 중 의료기기 판매업자는 한명도 없었다. 모두 개인 구매자가 제품을 되팔기 위해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위법이다. 단 콘돔, 체온계, 혈당측정 기능이 포함된 전자기기 등 일부 품목에 한해서는 판매업 신고가 면제된다.

의료기기를 개인이 중고로 거래할 경우 소독이나 세척, 보관상태가 취약해 세균감염 위험이 있다. 사용 과정에서 부작용 등 유의사항도 제대로 전달이 안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사항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정부가 엄격히 금지함에도 온라인 불법 중고거래가 성행하는 것은 인식부족 탓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5.9%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 불가 품목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안마의자, 탈모치료기 등은 대부분 건강관리나 피부 미용 가전으로 판매되다 최근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중고거래 불가 품목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정부와 업계는 이 같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은 중고거래 플랫폼(당근·중고나라·번개장터)과 LG전자, 바디프랜드, 세라젬, 위니아미, 한국암웨이 등 8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이달 중순까지 의료기기 불법 중고거래 근절 캠페인까지 진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불법 행위 모니터링과 홍보 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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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의료기기 불법 판매 근절 캠페인 포스터

김인숙 한국소비자원 위해예방팀장은 “공산품이던 가전도 의료기기 허가 제품이 출시되면서 중고거래가 불법인지 모르는 사용자가 많다”며 “처벌을 강화하기 보다는 의료기기 중고거래의 문제와 불법임을 알리는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