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K-디스플레이, 유니콘 기업 탄생과 신시장 확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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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스플레이 산업 구조정부의 혁신형 강소·중견기업 성장 전략

최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열리면서 디스플레이 산업 영역에서도 활동하며 매출을 늘리는 'New Player'들이 출현하고 있다. 프레임 등 금형부품을 생산하는 A기업은 전장 시장 성장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 영역을 확대해 5년 후 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이라 하고, 게임용 모니터를 생산하는 B기업도 전장용 디스플레이 생산 확대를 통해 관련 매출이 올해 1890억원에서 내년에는 3392억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커버글라스를 생산하는 C기업은 차량용 강화유리 커버글라스를 공급하게 되면서 2028년까지 수주잔고만 1조1000억원까지 늘 것이라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디스플레이는 모바일, TV와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왔지만 모바일, TV만으로는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주력시장에서 벗어나 확장현실(XR)·차량·투명 등 새로운 신시장이 등장하고 LCD 시장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견기업은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에, 보다 많은 중견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는 약 5500개로 전체 산업의 1.4%밖에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소수 대기업과 숫자는 많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피라미드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의 영세성을 벗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간단계에 위치한 중견기업이 점점 많아져 항아리형 모델로 나아갈수록 그 산업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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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혁신형 강소·중견기업 성장전략 및 디스플레이 산업 구조(자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이하 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산업 내 중견기업은 분석대상 기업 243개 중 약 76개로 31.3%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부분 산업이 그렇듯 피라미드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중견기업 매출은 2022년 25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약 27% 비중을 차지했고,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산업구조로 나타났다.

이런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은, 그간 패널기업의 투자가 지지부진했던 데다 중국 중심 단일 국가에만 의존해 온 해외시장 개척 활동이 최근 중국 경기가 위축되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중견기업의 국내·외 시장 판로가 크게 축소된 데 있다. 게다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폐쇄적이고 경직된 수직계열 생태계이기 때문에 중견기업의 판로 개척에는 여러 가지 제약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 패널기업이 OLED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대규모 프로젝트가 4월부터 진행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의 허리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성장과 탄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기술개발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개발된 기술이 수출과 기업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협회는 정부와 협력해 'XR, 차량, 투명' 등 3대 신시장 개척을 위해 XR 디스플레이산업 협의체, 미래차 디스플레이 전략협의체에 이어 '투명 디스플레이 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3대 시장 관련 반도체, 광, 콘텐츠, 자동차, 해외인증 등 유관기관과 정보교류, 실증, 인증 획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신시장 개척 기반을 마련했다. 또, 중국 중심의 해외시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중국을 비롯 인도, 일본, 미국 등 해외 유관기관과 상호협력 MOU를 체결하며 우리기업의 시장 개척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올해 협의체 설립 후 애플이 비전프로를 선보이며 XR 시장 개화를 알렸고, 디스플레이 업계가 벤츠, 아우디, BMW 등 세계 유수기업에 OLED 공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앞으로 보다 많은 디스플레이 중견기업이 등장해 우리 산업이 독일, 일본과 같이 안정적인 항아리형 모델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정부는 최근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및 생태계 구축사업'을 예타대상 조사사업에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메타버스, 헬스케어, 스마트홈, 스마트사이니지, 자율주행 등 새로운 메가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특성을 가진 디스플레이로 평가받고 있다. 예타사업이 최종 통과된다면 디스플레이는 헬스케어, 광고, 건축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될 것이다.

K-디스플레이가 17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LCD, OLED시장과 영역으로 민간이 빠르게 투자하며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한 데 있었다. 신시장 확대에 신기술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뒤에서 확실히 밀어줘야 한다. 보다 많은 중견기업, 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출현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해줄 것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dw@kdia.org

〈필자〉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990년 제34회 재경고시에 합격한 후 30년간 공직에 몸 담았다. 연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건국대 국제무역 박사를 거쳤다. 2009년 지식경제부(現산업통상자원부) 성장동력정책과장을 맡아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등 신산업장출정책을 총괄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중견기업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며 기업 구조의 성장사다리 마련을 위한 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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