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고령층이 TV를 보거나 운전하는 등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라이클렌 교수팀은 13일(현지시간)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서 영국의 생의학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하루 10시간 이상인 경우 치매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라이클렌 교수는 앉아있는 행동의 횟수나 방식보다 앉아있는 시간의 하루 총합이 치매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인들이 하루 평균 앉아있는 시간이 9.5시간임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영국의 대규모 생의학 DB인 영국 바이오뱅크(U.K.Biobank) 중 10만 명 이상 성인의 움직임을 손목 착용형 가속도계로 일주일 동안 하루 24시간 측정했다. 이 데이터로 앉아서 생활하는 행동과 치매 위험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먼저 연구 시작 시점에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60세 이상 4만9841명(평균연령 67.2세)의 측정값에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하루 신체 활동을 앉아있는 행동과 수면 등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어 이들의 병원 기록과 사망 등록 데이터를 사용해 평균 6.7년 동안 치매 진단 여부를 추적 관찰한 결과, 414건의 치매 양성 사례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만성 질환, 유전, 인종·민족 등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신체활동, 식단, 흡연·음주 등 생활방식 특성을 반영해 앉아있는 행동과 치매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앉아있는 시간 9.27시간(중앙값)을 기준으로 10시간 앉아있는 사람은 치매 위험비(HR)가 1.08, 12시간은 1.63, 15시간은 3.21로 급격히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또 하루 앉아있는 총 시간과 함께 한번 앉아서 자세를 유지하는 평균 시간도 치매 발병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앉아있는 횟수 자체는 치매 발병 위험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연구자인 진 알렉산더 애리조나대 교수는 “이는 앉아있는 시간이 매일 10시간 이상이면 치매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동시에 10시간 이내에서는 한 번에 오래 앉아있지 않는 등 행동을 조절하면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이클렌 교수는 “이 연구는 앉아있는 행동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라며 “인과 관계를 규명하고 신체활동이 치매 발병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지 밝혀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