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는 11월부터 가전 7종 상호 연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하는 두 기업 제품이 연동되는 첫 사례다. 제조사 플랫폼 종속성을 해소, 완전한 스마트홈 환경 구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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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모델이 '맵 뷰(Map View)' 기반 스마트싱스(SmartThings) 홈 IoT 솔루션을 사용하는 모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음 달 1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양사 간 가전 연동 서비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약 20개월 준비를 거쳐 나오는 첫 상용화 선언이다.

두 회사 가전 연동은 글로벌 가전 협의체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회원사 간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 일환이다. 2022년 1월 발족한 HCA는 삼성전자가 의장사를 맡고 있고, LG전자는 지난해 8월 합류했다. HCA 회원사 15곳이 보유한 스마트홈 플랫폼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연동하고, 이와 연결된 기기도 일괄 연동되도록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 2023에서 주요 가전 연동 성과와 함께 11월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올해 1월 CES 2023에서 15개 회원사 가전 연동을 시연하는 등 이르면 상반기 내 서비스할 계획이었지만 개발이 늦어지면서 삼성과 LG 가전 연동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두 업체가 세계 가전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이른 시일 내 많은 고객이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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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씽큐 앱 에너지 모니터링 개요

첫 연동 기기는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자주 쓰는 가전 7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동 서비스 기능은 제품 온·오프나 바람세기, 조명 조정 등이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를 이용해 LG전자 에어컨 풍량을 조절하거나, LG전자 '씽큐'로 삼성전자 세탁기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는 의미다.

최윤호 HCA 의장은 “연내 삼성과 LG의 주요 가전을 먼저 연동하며, 점진적으로 다른 회원사의 연동 작업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내년 1월에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에너지 관리 등 서비스를 구현하는 2.0버전 표준도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기업 가전만 우선 연동하지만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의 글로벌 이용자는 3억명에 육박하며 연동된 생활 가전만 1500만대를 넘는다. LG전자는 글로벌 생활가전 1위 기업으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LG씽큐' 생태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사실상 두 기업의 가전 연동만으로 집 안에 있는 상당수 가전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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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A 회원사

플랫폼 종속성 없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고객 편의성은 커지지만, 삼성과 LG의 가전 시장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홈 서비스가 주요 가전 경쟁력 요인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플랫폼 선택까지 자유로워지면서 치열한 고객 확보전이 펼쳐진다. 가전 판매는 물론 스마트홈 서비스 고객 확보를 위해 에너지 관리, 노인·반려동물·어린이 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종속이 해소되면 고객 편의 향상뿐 아니라 제조사의 다양한 서비스 개발 경쟁까지 유도해 궁극적으로 시장을 건강하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특히 가전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LG의 협업은 고객이 직관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