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게임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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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수업 시간에 게임을 활용했더니 아이들의 학습 집중도가 높아지고 소통도 활발해졌습니다.”

광화문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게임문화포럼'에 참여한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이다. 게임·콘텐츠 리터러시(문해력)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현직 교사와 교육계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교육 현장에서 게임을 접목함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본 사례를 공유했다. 게임을 어떻게 접하고 즐기느냐에 따라 학생·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는데 충분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현장이었다.

최근 잇따른 흉기 난동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발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게임 탓'이 쉽게 통용되던 과거와는 다르다. 게임은 국민 74.4%가 즐기는 대표적 여가 및 문화생활로 자리잡았다.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산업적 성장도 이뤄냈다. 게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성숙도와 이해도 역시 훨씬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검찰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게임 중독'을 언급했다. 검찰이 직접 게임중독을 범행 동기로 지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인칭 슈팅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행을 실행했다'는 표현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과 없이 담겨졌다. 이는 결국 검찰발 언론보도를 통해 게임 중독과 1인칭 슈팅게임이 자극적으로 부각되는 행태로 이어졌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 탓' 분위기 조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게임중독을 언급한 검찰 발표에 우려를 표하며 '게임 이용과 범죄 사이에는 과학적으로 상관관계가 밝혀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게임중독이라는 표현 역시 법적·행정적·의료적으로 명확히 정의 개념이 아닌 만큼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도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인 반박이 이뤄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은 의사가 아니다. 진단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고 질타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흉기난동이 게임중독 때문이라니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보겠습니다' 급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성숙해지고 이해도 역시 깊어졌다.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고 디지털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게임이 문화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다. 국내 게임업계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다양성을 높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더이상 무의미한 '게임탓'을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디지털 중심의 시대를 열어 나가며 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발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때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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