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이다. 무더운 날씨, 다들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휴가철을 맞이해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생각만 해도 신나지만, 그만큼 준비해야 하는 일도 많다. 특히 해외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로밍'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터. 통신사 로밍, 현지심, 포켓 와이파이 등 다양한 방법이 쓰이는데, 최근에는 이심(eSIM)을 이용한 로밍 방법이 꽤나 인기라고 한다. 대체 이심이 무엇이길래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다양한 로밍 방법
먼저 이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기존에는 어떤 로밍 방법이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통신사 로밍
통신사 로밍이란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해외 이동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장 큰 장점은 현지심과 달리 기존 한국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만큼 비용이 비싸다.
■포켓 와이파이
포켓 와이파이는 해외 통신망을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라우터를 말한다. 이를 대여해 해외에서 들고 다니면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여러 명이 해외 여행을 갈 때 유용하다. 라우터 하나로 최대 5명까지 이용 가능하기 때문. 비용을 여럿이서 분담할 경우 가격도 그만큼 저렴해진다.
하지만 포켓 와이파이는 단점이 꽤 많은 편이다. 일단 최대 5명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3명 이상 동시에 접속하면 속도가 느려지거나 통신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신사 권장 인원은 3명이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성수기에 대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라우터가 부족하기 때문. 이 밖에도 여행지에서 항상 들고 다녀야 하며, 매번 충전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존재한다. 만약 라우터를 분실하거나 파손하기라도 한다면 변상까지 해야 한다.
■현지심
현지 통신사의 유심(USIM)을 사용하는 방법인데, 기간과 데이터 사용량 등에 따라 미리 비용을 지불하는 선불 유심을 구입하면 된다. 별다른 개통절차 없이 스마트폰에 유심만 꽂으면 사용할 수 있다. 현지심을 선택할 경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번호가 있기 때문에 전화를 걸 수도 있다. 다만 현지 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걸려온 전화나 문자는 받을 수 없다.
소비자들은 이 세 가지 방법 중 무엇을 가장 선호할까?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올해 3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신사 로밍이 36.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유심이 33.8%, 포켓 와이파이가 22.3%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7.8%는 해외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령대마다 선호하는 방식도 다르다. 40대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통신사 로밍을 선호했다. 반면 2030세대는 현지심 방식, 10대는 포켓 와이파이 방식을 주로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디지털 기기 이용에 서툰 중장년층은 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을 추구했다. 젊은 청년층은 가성비나 데이터 용량을 중시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심(eSIM)이란?
그런데 최근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심’을 활용한 로밍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데이터 로밍 전문 기업 와이드모바일의 작년 8월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7.3%가 ‘이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31.7%는 이미 이심을 사용해 보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몰랐거나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향후 사용 의향이 있는지 질문해 보았더니 95.2%가 사용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심이 이토록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심은 물리적인 유심을 디지털로 만든 심이다. 유심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보통 스마트폰에 유심을 꽂아야 개통이 되지만, 이심은 디지털 심을 내려받아 개통하는 방식이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게 된다.
현지 유심은 보통 출발 전 국내에서 미리 구매해 공항에서 수령을 하거나, 현지에 도착해 공항에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현지 이심을 사용한다면, 직접 유심을 수령할 필요없이, 현지에 도착해 공항 와이파이를 잡은 후 내려받아 개통하면 된다. 현지 이동통신 서비스를 유심으로 개통하느냐, 이심으로 개통하느냐 차이다.
이심, 설치방법은?
이심은 어떻게 설치하는 걸까? 웹사이트나 앱에서 현지 이심을 구매하면 QR코드와 활성화 코드가 제공된다. 메일로 발송되거나 앱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 이심 데이터를 다운받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설정 앱에서 셀룰러 > eSIM 추가를 누른 뒤, QR코드나 활성화 코드를 입력한다.
갤럭시에서는 설정 앱 > 연결 > SIM 관리자에 들어간다. 여기서 ‘eSIM 추가’를 눌러 똑같이 큐알 코드나 활성화 코드를 입력한 뒤 ‘추가’ 버튼을 누른다.
이심으로 현지 통신 서비스를 개통했다면, 유의할 점이 있다. 국내 번호를 유심으로 개통해 쓰고 있다면, 이심으로 개통한 번호가 하나 더 추가되면서 2개의 번호를 쓸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여행 하려는 현지에서 모바일 데이터는 이심으로 개통 번호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셀룰러 데이터를 이심으로 선택해 주어야 한다.
이심을 사용하면 실물 유심 카드를 구매하여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다만 아직까지 이심을 지원하는 통신사와 스마트폰 기종은 한정적이다. 아이폰의 경우 XS, XS MAX, XR 및 이후 모델부터 지원한다. 갤럭시는 Z플립4, Z폴드4 그리고 갤럭시S23, S23+, S23 울트라만 이용 가능하다.
여러 로밍 방법, 가격 차이는?
앞서 소개한 로밍 방법들의 가격은 어떨까? 여행자 A씨가 3박 4일 동안 대만 여행을 간다는 가정하에 비교해 보았다.
■로밍
통신사 로밍부터 살펴보자. 통신사 로밍은 이동통신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간은 최소 7일부터 최대 30일까지 가능하다. 아래의 이미지는 A씨가 구매할 법한 상품을 통신사별로 찾아 본 것이다.
■포켓 와이파이
다음은 포켓 와이파이. 기간은 4일로 설정, 하루 2GB(4일간 8GB)로 데이터를 선택하면 약 1만 4,000원에서 1만 6,000원 정도 나온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행과 분담하면 실질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지심
현지 유심 가격은 얼마일까? 현지 유심 역시 기간을 4일로 설정하고 데이터는 무제한을 고르면 총 1만 1000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심
현지 이심의 경우 현지 유심과 데이터 제공 조건에서 조금 차이가 났다. 다만 가격은 거의 반값에 구매 가능하다. 4일 동안 하루 2GB씩 이용하면 약 6,000원 대에 이용 가능하다. 판매처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1만 원 이하로 구매 가능한 경우가 많다.
여름휴가 로밍,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 로밍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비용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현지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심을 활용한다면, 유심을 수령할 필요가 없어 무척 편리하다.
특히 이심의 경우 해외에서도 국내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심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보통 유심도 함께 쓸 수 있는 듀얼심 기능을 품고 있다. 이를 이용해 국내 번호와 해외 번호를 동시에 쓸 수 있는 것. 국내 번호 유심 + 해외 현지 이심 또는 국내 번호 이심 + 해외 현지 유심 조합이 가능하다.
테크플러스 김하영 기자(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