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경영의 새로운 방법 '가불 복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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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연 페이워치 부대표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여유 자금을 갖고 있지 않은 청년들에게 경조사, 생활비 등 지출은 대응이 매우 힘든 영역이다. 그동안 근로자들은 급전이 필요해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 보통 지인에게 빌리거나 여의치 않으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단기대출)또는 소액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은 금리가 높고 연체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리스크가 크다.

급전이 필요한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가 '가불'이다. 근로기준법 제45조에서 가불은 “근로자가 출산, 질병 재해 등 긴급히 써야 할 경우가 생겼을 때,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임금 지급을 청구하면 지급기일 전이라도 근로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의 경우에는 가불이 회사의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불은 근로자들이 사용자에게 양해를 구해 얻어내는 경우가 많고, 사내에서 제도화해 지급하는 경우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임직원들이 급여일 전에 일한만큼 미리 급여를 찾아 쓰는 가불을 복지 제도화해서 제도로서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근로자들이 높은 금리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일한 만큼 급여를 미리 받을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특히 청년 세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불은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유용하다. 근로자 중 특히 모아둔 재산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청년 근로자들에게 가불 제도는 연 20% 금리의 높은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한다. 한국에서 처음 비대면 가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워치 조사에 따르면 가불을 병원, 경조사 비용 등 긴급자금과 기타 생활비 목적으로 90% 이상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다. 비단 출산과 재해 등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청년층에게 가불은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또 청년들은 급전용으로 높은 금리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돼, 연체 등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을 피할 수 있다. 즉, 가불은 청년들의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가불 제도 도입은 도움이 된다. 페이워치에 따르면, 국내의 한 F&B 업체는 가불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월 평균 퇴사자 비율이 14.5%에서 6.6%로 줄었다. 해외 업체 사례에서도 가불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월 평균 퇴사자 비율이 9%에서 5%로 낮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 이직률을 낮추고 근속 기간을 늘려 신규 근로자의 채용 및 교육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데 가불이 효과가 있다.

최근 기업경영 화두인 ESG 관점에서도 가불은 적합한 복지 서비스다. 사내 가불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기업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저신용, 저소득의 금융취약계층인 다수 2030청년층 근로자들의 금융비용부담을 현저히 낮춰 재정건강증진에 도움을 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코로나 이후 30대 이하 청년층의 대출잔액은 2019년 4분기, 404조원에서 2022년 4분기 514.5조 원으로 27.4%가 증가하였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가파르게 오른 수치다. 30대 이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7082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제1금융권 외 비은행 대출이 크게 늘어 소득 상당부분을 금융비용으로 쓰고 있고 다중채무, 저소득, 저신용자인 취약차주의 비중도 현저히 늘었음을 감안하면 이들의 재정 건강을 기업이 나서서 도와주는 것은 ESG경영이 될 수 있다.

가불 복지는 이미 미국 유럽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혁명과 함께 하나의 핀테크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고,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외국에서 EWA(Earned Wage Access) 로 불리는 가불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시장이 확대되었다. 하버드와 예일대학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인 2020년 이미 미국의 EWA사용금액은 95억 달러(약 13조 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역시 CU, CGV,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투썸플레이스 등 2~30대 근로자가 많은 업종에서 가불 서비스를 복지로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다른 복지제도에 비해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복지제도가 우수한 큰 대기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구인에 애를 먹는 중소기업들에게도 큰 비용 부담이 없는 2030 대상 복지제도로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불은 청년들을 금융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막고, 기업들은 구인난을 완화해 경영 안정화를 이를 수 있는 하나의 '윈-윈' 전략인 셈이다.

조강연 페이워치 부대표 alex.Jo@paywatch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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