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억명에 달하는 베트남 인구 중 절반은 30세 이하, 이른바 'MZ 세대'다. 뿐만 아니라 하노이국립대를 비롯한 수많은 대학에서 약 1만8000명이 한국어학을 전공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터넷을 5년 이상 이용한 15~24세)' 인구는 750만명으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 이처럼 '젊고 역동적인 나라' 베트남은 다가올 디지털 심화 시대에 우리와 문화적으로 가장 친숙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6월 베트남 국빈방문 마지막을 한국과 베트남 양국 '디지털 미래 인재와의 대화'로 장식했다. 이는 양국이 지금까지의 경제협력을 넘어 미래 세대 글로벌 디지털 혁신을 함께 선도하고, 사회적·문화적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행사가 열린 삼성전자 하노이 연구소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벤치마킹한 VKIST가 한국과의 공동연구 성과를 선보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1966년 미국 원조를 받아 설립된 KIST가 이제는 국가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모범 사례가 돼 다른 나라에 KIST 이름을 딴 연구소가 세워졌다는 사실에 연구자로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코리아 IT 스쿨'과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세계 선도 기업으로 거듭난 한국 기업도 양국의 협력을 통한 성공사례를 소개했다고 한다. 양국 과학기술과 디지털 협력이 다양한 분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한-베트남 디지털 인재들이 참석해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경험을 공유하고 더욱 바람직한 미래 협력의 길을 제시했다. '코리아 IT 스쿨' 수료 이후 한국 기업 베트남 법인에 취업한 베트남 청년 인재, 한국 유학생 출신으로 하노이 삼성전자 R&D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현지 직원, 베트남에 사업을 성장시키려는 한국 스타트업 대표, 한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희망하는 베트남 기업 임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한-베트남 디지털 미래 세대들이 참석했다.
이에 화답해, 윤 대통령은 디지털 시대에 문화적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강조했다. “한국과 베트남 미래 세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양국 문화가 섞이면 우리의 디지털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며 “양국 청년들의 꿈을 열렬히 지지한다”는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양국 청년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모습을 통해 양국의 미래 세대가 만들어갈 단단한 유대관계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세대(世代)'라는 한자어에서 '世'는 열 십(十)자 세 개를 합친 모양이다. 30년이 지나면 한 세대가 지나간다. 한-베트남 수교 이래 30년간 양국은 경제적·문화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 필자 역시 한-베 경제문화교류협회(KOVECA)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양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제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는 한-베트남 관계는 '디지털'이라는 수단으로 초(超)연결되어,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이 명실상부한 '국경 없는 동반국'이 되어가길 희망해 본다.
서울대 명예교수 이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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