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른먹거리 대표 기업은 어디일까'라는 물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바로 풀무원이다. 올해 창사 39주년을 맞은 풀무원은 창립부터 현재까지 '바른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이란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전통 식품기업인 풀무원이 최근에는 디지털전환(DX)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동물복지, 건강한 경험, 친환경 케어 등 4대 핵심 전략을 통한 퀀텀점프를 목표로 한다.
지난해 풀무원은 매출이 성장했지만 원재료 및 유가, 환율 급등 영향으로 수익이 다소 부진한 한 해였다. 그러나 해외사업 중심으로 구조개선을 이뤘고 성장 기반을 마련한 해이기도 하다. 이상부 풀무원 전략경영원장은 “수익성장을 위해 부진한 사업과 품목, 채널, 서비스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전사 핵심 전략인 식물성 지향과 동물복지 영역에서 기술과 공급망, 인프라를 대폭 개선해 매출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사업은 글로벌투자 마스터플랜을 실행해 미국, 일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하고 캐나다, 유럽, 동남아까지 글로벌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풀무원은 2021년 말 미국 현지 두부 공장 증설을 마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추가 증설을 앞두고 있다.
전사 디지털 내재화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도 속도를 낸다.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과 프로세스 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여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겠다”면서 “ESG 경영에도 집중해 세계 속의 바른먹거리 1등 기업, ESG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김정희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장
-풀무원의 최근 디지털혁신 행보에 대한 업계 관심이 뜨겁다. 전체적인 전략과 이를 추진하는 방향성, 궁극적인 목표는.
▲풀무원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회사로서 마케팅, 영업, 생산, 물류 등의 전통적인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으로 구분된 각각의 업무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행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러한 데이터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데이터 통합 필요성을 인지했고 DX기술력을 토대로 각 실의 기능을 통합하고 개선해 보다 효과적인 운영 체계를 갖췄다. 지난 2018년 빅데이터 조직을 처음으로 출범하고 DX전략을 기획했고 2021년 'DX 플랫폼' 전략을 수립해 디지털 혁신에 대한 1차 구조화를 완성했다.
풀무원이 정의한 DX 플랫폼은 △고객경험관리 △공급망 관리 △공급자관리 △생산·품질관리 △통합데이터분석관리 등 5개로 구분한다. 오는 2024년까지 DX 플랫폼 구축 완료를 목표로 전사 과제를 진행하고 일부 플랫폼은 구축된 시스템으로 이미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풀무원의 DX 플랫폼은 비즈니스 운영 혁신에 집중돼 있다. 디지털혁신을 고객과 직원 대상으로 더 확장해 가는 것이다. 효과적인 DX 추진을 위해 이사회에서 제시한 안건을 적극 수용해 '혁신적 디지털경험으로 새로운 일상을 열어주는 기업'이라는 DX 비전을 지난 1월에 수립했다. 디지털 경험은 고객 경험, 비즈니스 경험, 조직원 경험 등 3개 영역으로 구분한다.
-DX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작년 풀무원의 DX 성과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DX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축 중에 있으며 둘째, 서비스영역에서 식수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했고 셋째, 업무 자동화와 의사 결정에 인공지능(AI)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DCX 플랫폼과 관련해서 AI 리뷰 시스템(AIRS)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라인 쇼핑몰 8개 채널의 350만개 이상 제품 리뷰데이터를 제품 개발과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DSF 플랫폼 측면에서는 자사 공장 8곳과 주요 협력업체 공장에 제조실행시스템(MES)을 구축했다.
개인 요구에 맞는 급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서비스 플랫폼과 건강검진결과, 복약, 알레르기 여부 등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론칭했다. 또 대규모 급식에서 AI를 이용해 급식 식수를 예측하고 원재료 시황을 예측하거나 판촉 행사를 최적화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풀무원 디지털 아카데미를 지난 3월 론칭한 점도 성과다. 조직원 디지털 역량 향상과 학습 문화를 위해 구축한 것으로 디지털 인재 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풀무원 중점과제로 지속가능식품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속가능식품 대표 브랜드로 '지구식단'을 론칭했는데 현재 사업 동향에 대한 소개와 올해 주력 목표는.
▲풀무원은 지난 2021년 3월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한 이후 다양한 식물성 대체육 및 식물성 단백질 신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8월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인 '지구식단'을 정식 론칭하고 식물성 지향 식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구식단은 '식물성 지구식단'과 '동물복지 지구식단' 등 2개 하위 브랜드로 구성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브랜드 론칭 이후 작년 말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45% 성장했고 올해 1분기도 전년 동기보다 약 147% 신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풀무원은 식품 사업(B2C, B2B) 전체 매출에서 지속가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5년까지 62%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중 핵심사업인 지구식단 매출 비중은 27%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전사적으로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지속가능식품을 중장기 관점에서 식물성 지향과 동물복지 전략을 기반으로 매출 1조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블루날루와 협약 이후 국내 최초 수산 배양육 시장에 진출을 예고했는데 제품 상용화는 언제 가능한지. 국내 규제 걸림돌은 없는지.
▲지난 2020년 미국 해산물 배양육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와 세포 배양 해산물 국내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수산 배양육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 어종에 대한 배양세포 뱅크를 구축하고 수산 배양육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해양유래 소재를 활용한 자체적인 배양세포 맞춤형 지지체(세포를 흩어지지 않고 특정 모양을 갖추도록 지탱해주는 틀) 개발도 완료했다. 또 가격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수산 배양육용 소태아혈청(FBS) 대체재 개발을 통해 최적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향후 블루날루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2025년 참치배양육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수산 배양육 제품 상용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배양육 소재 및 제조 생산에 대한 안전성 평가 기준과 관련 법규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 세포 배양 기술 및 시장 선점을 위한 규제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쟁사들이 국내외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투자 이어가고 있다. 풀무원 역시 올해 2월 심플플래닛과 배양육 개발 투자 계약 체결했는데, 올해 추가 투자 계획 있는지.
▲세포 배양 해산물에 이어 축산 분야에서도 세포 배양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작년 말 국내 배양육 개발기업인 심플플래닛과 세포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배양육은 세포 공학기술로 생산하는 만큼 토양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매우 이롭다고 볼 수 있다.
심플플래닛의 축산물 중심의 세포 배양육 소재를 활용해 실제 고기의 식감과 풍미, 영양을 구현한 하이브리드 배양육 제품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상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세포배양산업 기반이 현실화되는 시점인 2025년 세포배양식품 선도 기업으로서 조인트벤처(JV) 설립 및 대량생산체계 구축을 위한 협업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풀무원이 글로벌 ESG 선도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풀무원의 ESG 강점과 향후 경쟁력 강화 방안은.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것이다. 풀무원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품, 포장, 공정, 물류 측면의 공급망에서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적 지배구조 또한 풀무원 ESG 강점 중 하나다. 풀무원은 2018년 1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한 직후 글로벌 기준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다. 경영 공정성과 투명성,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사외 이사의 비중을 일반 상장사 최고 수준인 70%(전체 10인 중 사외이사 7인)까지 높였다.
올해 풀무원은 ESG 경영 수준을 높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 분야에서 넷제로(Net Zero) 실천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현재 재생에너지 도달 계획을 포함해 종합적 감축 전략을 짜는 넷제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비콥(B Corp) 인증 획득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표다. 풀무원은 2018년 비콥인증 신청 이후 인증기관(비랩)과 인증평가(BIA) 범위를 확정하는 인증 범위 선택단계에 있다. 풀무원은 여러 사업이 개별 법인으로 나뉘어 이들 간 가치 창출 수준에 차이가 있다. 비콥은 모든 개별 사업 단위가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취득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국내 중견 규모 이상 기업 중 현재 인증 단계까지 간 곳은 없지만 풀무원은 개별 자회사 ESG 상향평준화를 위해 경영진 평가에 반영하는 등 내재화를 통한 비콥 인증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상부 전략경영원장은...
1962년생으로 경남 밀양 출신이다. 아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메타글로벌 PMC MBA 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풀무원 입사 후 35년간 경영관리 및 재무 전문가로서 주력사인 풀무원식품 경영관리담당, 풀무원푸드앤컬처 경영지원실장 겸 R&D실장, 지주회사인 ㈜풀무원 재무관리실장(CFO) 등 요직을 거쳤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지주회사인 풀무원의 전략경영원장을 맡아 인사, 법무, 재무, IT, 홍보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사업 전체 총괄 지원 업무를 비롯해 DX와 ESG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리=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