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79〉디지털전환을 통한 플랫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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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디지털전환과 플랫폼. 이 두 단어는 21세기 산업 동향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던 디지털전환은 전 산업에 적용되는 단계이며, 플랫폼은 빅테크 기업의 탄생과 도약으로 기존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ABC라 일컬어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디지털전환 핵심으로, 글로벌 기업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패권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전환을 통한 파이프라인 단계를 넘어 플랫폼화를 통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미디어산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을 통해 디지털이 초래하는 혁명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사이에는 전통적 방송이 산업의 주도권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넘겨주면서 실질적 디지털 전환를 통한 방송의 플랫폼화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전반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하지 않고는 어려운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전통적 농기계·건설 장비업체인 미국의 존디어가 본격적 디지털전환을 통한 플랫폼화를 진행하고 있다. 초록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장비와 노란 기린이 상징인 존디어는 200여년 전에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 중장비 업체다. 존디어 장비의 총운행 거리는 매년 지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 운행하면서 농작물을 경작할 때 장비들은 토양, 농작물, 기후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롱텀에벌루션(LTE)을 통해 클라우드로 보내져 실시간 분석을 한 뒤 1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농부의 스마트폰으로 전송, 사용에 도움을 준다. 농작에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장비 상태와 같은 데이터도 실시간 관찰해서 장비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데 돕기도 한다.

특히 씨를 뿌리는 시기는 한 해 수확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장비 수리 시간이 농부들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 산업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사례다. 농작물과 건설장비 50만대가 현재 존디어 플랫폼으로 연결돼 있으며, 2026년까지 150만대로 확충할 계획이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자율주행도 도입, 농부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5세대(5G) 통신 서비스에서 빠른 속도의 프로세싱과 초저지연을 위한 엣지 컴퓨팅을 사용하는 것처럼 존디어도 데이터를 현장에 있는 트랙터와 연결된 기기에 장착된 서버로 되도록 빠르게 계산·가공하기도 한다. '시 앤드 스프레이'(See and Spray) 기술을 사용해 트랙터에 있는 스마트 카메라로 농작물과 잡초를 분간해서 농작물에는 비료, 잡초에는 제초제를 각각 뿌리는 것이다. 나아가 존디어는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150만대 기계 가운데 10~15%를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클라우드와 연결할 계획이다. 양방향 5Mbps 속도와 0.5초 이내 지연을 목표로 한다. 또 위성으로 초정밀 이미지를 찍어서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존디어는 클라우드 서비스 및 엣지 컴퓨팅 기술로 산업현장에서 빅데이터 수집과 가공을 하기 때문에 플랫폼화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고객은 농작물 재배·생산 향상 효과를 보게 된다. 농부들은 “트랙터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 없었던 수십억달러의 가치가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산업 본질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디지털전환을 통해 산업 전반이 급변하고 있다. ABC와 진화된 네트워크의 적용 여부에 따라 산업과 회사의 미래가 바뀌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미디어산업이 전통적 미디어에서 벗어나 디지털미디어로의 빠른 변화를 통해 디지털전환과 플랫폼화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있듯 이 같은 변화가 미디어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존디어가 보이고 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