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법 시행 확정…"韓 전기차에 기회"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연기관차 퇴출 법안을 최종 처리했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전기차를 출시하며 전동화 전환에 대응한 한국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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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충전을 시연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6.

EU 27개국 각료급 이사회인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는 28일(현지시간) 가중다수 결제 표결을 거쳐 2035년부터 역내에서 판매할 신규 승용차와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규정을 채택했다. 2030∼2034년 EU 내에서 판매할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승용차는 55%, 승합차는 50%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다만 EU는 합성연료를 주입하는 신차는 2035년 이후에도 판매를 계속 허용하기로 예외를 뒀다. 올해 가을 보완 법안 격인 후속 위임법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종 표결을 앞두고 합성연료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한 독일의 강력한 요구에 절충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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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주력 전기차 ID.3.

합성연료에는 탄소 포집 방식으로 합성한 연료와 신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등이 포함된다. 독일 포르쉐나 이탈리아 페라리 등은 전기차 배터리로 인한 차량 중량 증가 대안으로 합성연료 차량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EU가 합성연료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아직은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관련 기술 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배경에서다. 집행위가 독일에 약속한 관련 후속 법안에는 합성연료 차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를 위한 엄격한 요건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은 2033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초 2033~2035년 사이로 잡았던 일정을 앞당겨 늦어도 2033년부터는 유럽에서 전기차만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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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전기차 e-308(왼쪽)와 e-308 SW.

피아트와 푸조, 지프 등을 보유한 다국적 제조사 스텔란티스는 현재 23종의 전기차 제품군을 2030년까지 75종 이상으로 확대, 누적 판매량 500만대에 도전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유럽이 중심인 푸조는 2030년부터 신차를 전기차로만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유럽 내 규제를 기회로 활용, 전기차 시장 선두로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2035년을 전후로 유럽을 포함한 대다수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중장기 전동화 계획을 세웠다. 204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 전동화를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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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플래그십 전기차 EV9.

현대차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 전기차 제품군을 구축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 점유율 7%를 달성할 계획이다. 기아는 2030년 1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을 신차로 내놓고 2030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유럽 주요 10개국에서 총 9만6988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테슬라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