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인구 11명 중 1명(9%)이 노인이고, 2050년까지 6명 중 1명(16%)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노인에 대한 연구도 과거와 달리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놀라운 인식 변화를 가져다 준 성과를 하나만 꼽으라면 노화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간 노화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진적으로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지칭했다. 그 과정에서 생명력, 생식력 또한 감소하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치부했다. 뿐만 아니라 노화 과정에서 발병률이 올라가는 고혈압, 암,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유발된다고 보았다.
최근 이러한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ICD-11의 질병 통계 분류에 노화(old age)에 질병코드 MG2A를 부여하는 등 노화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포함했다. 또 해외 선진국에서는 노화극복 임상연구(first in class)를 목표로 정부 및 글로벌 기업에서 노화극복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에 객관적 근거가 되어줄 가시적 성과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의학전문지 '셀(Cell)'에 게재된 늙고 눈 먼 쥐들을 회춘시킨 결과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해당 연구팀은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늙고 눈 먼 쥐들을 회춘시키는 한편 어린 쥐들은 노화 속도를 높여 신체의 거의 모든 조직들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미 하버드 의대 블라바트닉 연구소의 노화 방지 전문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우리의 몸은 재생을 촉발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다시 젊어질 수 있는 복사본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노화는 우리가 신체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오류를 일으켜 원래 재생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온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50살이든 75살이든, 건강하든 질병으로 고통받든 관계없으며, 일단 그 과정이 촉발되면 몸이 재생하는 법을 기억함으로써 이미 늙고 병들었더라도 다시 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30, 40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빨리 노쇠해지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30대, 40대 중 치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만성 질환들이 젊은 계층 사이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 계층의 노화를 앞당기는 '가속 노화' 현상은 이들이 노화를 앞당기는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WHO가 노화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포함한 이후로 선진국에서는 노화극북 임상연구를 목표로 경쟁 중이다. 해외 주요 국가는 2018년 노화 자체에 질병코드를 부여된 이후 노화는 직접적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됐고, 노화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화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노화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전제하고, 이들의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간병제도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즉, 노화를 자연스럽고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와중에도 해외에서는 노화 자체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