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전혜진이 ‘월급 노예 워킹맘’의 현실을 그리며 전국의 워킹맘을 울렸다. 어쩔 수 없이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순도 100% 서러움에 터진 폭풍 오열이 격한 공감을 얻은 것.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극본 송수한/제공 SLL/제작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조은정(전혜진)은 광고 업계 ‘원탑’ 고아인(이보영)의 콜을 받고 VC기획 제작2팀에 들어온 10년 차 카피라이터다.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고아인 팀에 햇살 같은 존재감을 심었다. 게다가 “입만 열면 헛소리도 신박하게 하고, 쉬고 싶어도 드립이 튀어나오는” 천생 ‘꾼’이기도 하다. 언젠가 CD(Creative Director)가 되어 광고판에 ‘조은정’ 이름 석 자 알리겠다는 당찬 목표와 꿈도 있다. 대중의 ‘니즈(Needs)’를 관통하는 카피로 사내 최대 예산이었던 통신사 광고 내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고아인과 호흡을 맞추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미래를 꿈꿨다.
문제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기획이 나올 때까지 회의와 철야도 불사하는 고아인 팀에 있다 보니, 업무량이 급증했고, 아들 아지(김라온)의 불만도 급격히 늘었다는 점. 유치원에서 ‘엄마 없는 애’로 놀림을 받다 친구와 주먹다짐까지 한 아들은 급기야 “나 엄마 없어! 우리 엄마 아니야. 광고 엄마야”라며 부모가 가장 두려워한다는 방문 걸어 잠그기를 시전했다.
결국 자식 이기지 못하고 백기를 든 날, 조은정은 눈물을 쏟았다. 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과외, 학원, 재수, 대학 4년까지 번듯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투자한 세월이 얼만데, 회사 생활 10년 만에 접으면 원금도 못 뽑는 게 현실. 무엇보다 조은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온 찬란한 미래와 원대한 계획을 위해, 회식 이튿날, “월급 노예에겐 빈속보다 지각이 더 무섭다”며 해장도 못하고 만원 버스에 몸을 실으며 버텨온 지난날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 속상했을 터. 자신은 뒷걸음 치는데, 혼자 저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롤모델’ 고아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성공하려면 역시 미혼이 정답인가?”라고 자조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폐부를 찔렀다. 사표를 보여주자 “우리 엄마 백수다”라고 기뻐하는 아들의 환호성은 씁쓸함마저 더했다.
이러한 리얼리티는 “30대 직장인과 워킹맘의 공감을 얻고 싶다”던 배우 전혜진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만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 관련 SNS와 커뮤니티에는 “작가님 혹시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갔나. 은정이가 너무 나 같아서 눈물이 난다”, “나도 한때는 입사동기들보다 빠르게 승진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은 그저 누구의 엄마일 뿐. 가끔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기분에 엄청난 자괴감이 온다. 그래도 애들 보며 버틴다. 은정이도 힘내길”,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이만큼 해온 은정이가 대단한 거다”, “은정이 정도의 카피 실력이면 3,4년 후 복직도 문제 없을 듯! 충분히 멋진 커리어우먼이다” 등 조은정의 현실을 공감하고 응원하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제작진은 “더 높은 곳을 욕망하며 본격적으로 ‘확실한 내 편’을 만들기 시작한 고아인에게 조은정은 절실히 필요한 인재다. 따라서 그녀의 사표를 고아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봐달라.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고아인과 조은정의 또 다른 ‘워맨스’ 역시 ‘대행사’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라며 향후 전개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대행사’는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준수 기자 (juns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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