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모빌리티 시대, SDV에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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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ipro]

올해 글로벌 정보기술(IT) 트렌드를 보여 주는 'CES 2023'이 지난주 막을 내렸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린 행사에서 자동차, 모빌리티가 앞으로 IT산업을 이끌어 갈 주요 테마임을 세계가 확인했다. 스텔란티스는 다양한 라인업의 전기차, 다임러벤츠는 새로운 방식의 충전기술, BMW는 차세대 전기차플랫폼, 폭스바겐은 2024년 전기차 모델 ID7 아이디에어로를 선보였다. 보쉬는 레벨4 라이다, 콘티넨탈은 자율주행 전용 인공지능(AI), 소니모빌리티는 게임 즐기는 전기차를 발표하는 등 더욱 현실과 가까워진 모빌리티 기술을 체감할 수 있었다.

CES는 가전 중심 전시회임에도 가전업체가 아닌 BMW, 존디어, 스텔란티스, 델타항공 등 모빌리티 기업이 대표 키노트 발표자로 초대됐다. 모빌리티가 이제 생활가전만큼이나 중요한 의제가 됐음을 보여 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다음은 모빌리티 시대다. 인터넷, 스마트폰을 이야기할 때 하드웨어(HW)보다 소프트웨어(SW)가 그 중심에 있다. 아침에 눈을 떠 뉴스를 확인하고, 친구와 채팅하고, 앱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음악서비스를 구독하고, 알람을 세팅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처럼 우리가 체감하는 스마트폰의 가치는 HW가 아닌 스마트폰 SW가 정의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빌리티 시대에서는 자동차 SW가 자동차 가치를 정의한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다.

SDV 사전적 의미는 'SW가 정의하는 자동차'다. 그동안 운전자의 체감 가치는 엔진 마력, 내부 인테리어 등 자동차 HW 스펙에 따라 결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멀리 가는 배터리 관리 기술, 더 안전하고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좀 더 빠른 충전기술, 인터넷·스마트폰과 쉽게 연결되는 인포테인먼트 등 운전자가 체감하는 자동차 가치는 자동차용 SW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SDV로 기술적 가능성과 사업 수익모델을 보여 준 것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구독서비스'(FSD; Full Self Driving)다. 이미 구입해서 이용하고 있는 자동차의 HW 변경 없이 새로운 알고리즘의 자율주행 SW만을 추가 구매하는 것만으로 더 안전하고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 운전에서 안락함을 체감할 수 있다. SW로 새로운 기능을 얻어 기존 차량의 효용가치가 높아진다. 즉 SW가 자동차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SDV 구성 요소는 △전기·전자제어SW △시스템SW △기능서비스SW △모빌리티서비스SW 등 네 가지 SW계층(SW Layer)이 있다. 이들 네 가지 계층과 다섯 가지 차량도메인(보디,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컨넥티비티)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차량 내부 SW 플랫폼과 차량 외부 서비스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뿐만 아니라 세 가지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먼저 다양한 HW가 SW와 쉽게 연동하고, 필요할 때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표준화한 부품생태계 구축이 필수다. 다섯 가지 도메인별로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차량용OS, 미들웨어로 구성되는 차량시스템 생태계 또한 필요하다. 외부 SW개발자, 서비스사업자와 협력하는 서비스협업 생태계 구축이 마지막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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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오비고

한편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자동차 HW 전동화와 함께 SDV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체 SW 개발자 확보 및 육성, SW업체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등 방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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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 구조가 구축됨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 수준의 혁신적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 구매 이후에도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단순히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 수준이 아니라 좀 더 멀리 갈 수 있는 배터리 관리 기술, 더욱 편한 전조등 조정, 라이다·레이다의 향상된 기능, 높은 레벨의 자율주행,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앱 추가 등 지속적으로 개선된 기능과 새로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마치 스마트폰 앱 구독 서비스를 받듯 HW 작업 없이 기존 자동차에 SW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다.

모빌리티 SW 공급사 입장에서는 4개의 SW 계층(SW Layer)과 차량 내 SW 플랫폼 구축에 따라 자동차 HW 및 SW가 독립적으로 구분된다. 전통적인 부품업체와의 조금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SW 기업 등장이 기대된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컴퓨터를 제작하는 HW 회사와는 별도로 윈도 OS를 판매하는 것처럼,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휴대폰 HW 회사에 제공하는 것처럼 자동차 내부의 다양한 SW를 공급하는 회사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 입장에서는 전장업체와 오랜 시간 긴밀한 공동개발 없이도 표준화된 차량 내부 SW 플랫폼과 연동되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SW를 무선업데이트로 자동차에 탑재할 수 있다. 이는 단기간에 더 많은 차량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 활성화의 시작점이다. 안드로이드라는 표준화된 플랫폼 등장 이후 스마트폰 앱 설치가 자유로워짐에 따라 수많은 스마트폰 앱서비스가 출시되고 유니콘 기업이 등장한 것처럼 SDV에서도 체계화된 SW 플랫폼 환경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오고, 그 가운데에서 모빌리티 유니콘 기업의 등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3년 CES는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 등으로 모빌리티 시대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인터넷·스마트폰 시대 이후 새로운 메가 시장을 여는 모빌리티 시대가 우리에게 신사업 기회의 장으로 다가온 것이다. 기회가 기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으로 실현되려면 SDV 개념을 기반으로 주체별 역할을 세밀히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에서 핵심역량 내재화와 협력생태계 구축을 두 가지 핵심전략으로 발표했다. 그 가운데 협력생태계와 관련해 정부는 우선 전동화 HW부품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동화부품 개발 및 전동화 부품SW 표준화를 지원해야 한다. 스타트업과 중소 SW·서비스회사가 모빌리티 서비스 협업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도와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SW기업, 스타트업은 이미 경쟁이 첨예화된 레드오션에서 탈피하고 이제 막 시작된 블루오션 시장인 모빌리티 시장으로 사업 기회 모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전장부품사, 중소 부품업체는 SW 전문인력 영입·양성으로 HW 부품과 SW 모듈화 및 표준화를 구현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하나하나 실천하는 단기액션 플랜도 시급하다.

필자는 그동안 본 지면을 통해 자동차, 전장업체 관련 IT업계가 해야 할 일을 정리, 제언했다. 자동차 SW플랫폼 개발의 중요성, 자동차용 앱스토어 생태계 구축의 시급성, 자동차 SW 개발자 육성 강화, 중소 전장부품회사의 전동화를 위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조성 등이 주요 제언 내용이었다.

“새해 좋은 일이 아주 많이많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필자가 요즈음 지인들에게 전하는 새해 덕담이다.

그 동안 정리한 필자의 제안이 업계에 의미 있게 전달돼 우리 자동차 업계가 SDV 구조로 전환되고 모빌리티 시대의 주역이 되길 바라는 나의 소망을 새해 덕담으로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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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연 오비고 대표.

황도연 오비고 대표 david.hwang@obigo.com

〈필자〉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관련 분야의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같은 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판뉴딜 국정자문단 자문위원 등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