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열쇠다”…‘제5회 서울동물영화제’ 성황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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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열쇠다(Animal is a Key)’라는 슬로건 아래 동물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21개국 48편의 작품을 상영한 ‘제5회 서울동물영화제(Seoul Animal Film Festival)’가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폐막했다.

코로나 이슈로 인해 3년 만에 오프라인 상영관을 운영한 이번 서울동물영화제에는 5일간 약 3000여 관객이 찾았다. 영화제를 주최한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 대표이자 전진경 조직위원장은 “카라동물영화제에서 서울동물영화제로 그 의미와 규모를 확장한 첫 해에 동물과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의 관심으로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계속해서 영화를 매개로 생명과 공존, 다양성을 논하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첫 작품상 영광은 잭 바이즈먼, 가브리엘라 오시오 반덴 감독의 ‘골칫덩어리 곰’

영화제 기간 중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31일 폐막식은 예정보다 간소하게 치러져 올해 신설된 국제 단편경쟁 부문 수상작 발표와 시상식만 진행되었다. 온라인 상영관 및 오프라인 관객의 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상금 200만원)은 시골마을 할머니들과 고양이들이 공존하는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김본희 감독의 ‘아옹다옹’이 차지했다. 김본희 감독은 “관객들이 주는 상이라 더욱 특별하고 감사하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할머니들과 고양이 쫑이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심사위원단이 선정하는 작품상(상금 500만원)의 영광은 잭 바이즈먼 감독과 가브리엘라 오시오 반덴 감독의 ‘골칫덩어리 곰’에 돌아갔다. 이들은 “서울동물영화제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과 함께 “서울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소식에 위로와 추모를 전한다”고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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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단편경쟁 부문의 심사위원들은 “상영된 스무 편의 영화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면서 “다양한 표현과 접근법으로 동물, 동물과 인간, 우리의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심사위원 모두가 경탄했고,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들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심사위원단은 박은경 감독의 ‘언니는 고양이’를 특별언급 작품으로 선정하며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작이었다”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임순례 집행위원장과 전진경 조직위원장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의미있는 생명”이라며 “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리며 내년에 더욱 밝고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는 인사로 폐막을 선언했다. 이어 서울동물영화제 홍보대사 ‘애니멀프렌즈’를 맡은 배우 유연석의 출연작 <멍뭉이>가 상영되며 영화제는 모두 막을 내렸다.

◆ 서울동물영화제가 남긴 의미…동물권 대화의 장이 열리다

개막작 <에브리띵 윌 체인지>의 마튼 페지엘 감독은 서울동물영화제 최초의 해외 초청 감독이 되었다. 페지엘 감독은 “동물을 위한 영화제는 그 자체로 행복이자 희망”이라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 무대 인사를 시작으로, 영화제 둘째 날엔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튼 페지엘 감독의 일정을 포함, 이번 서울동물영화제에서는 총 2회의 포럼과 스페셜토크 1회, 9회의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영화인과 동물 관련 전문가,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며 영화의 감동을 동물권 관련 논의로 확장했다.

28일 열린 쟁점포럼에서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동물권’이라는 주제로 환경과생명문화재단 ‘이다’ 김소희 대표, 김은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황미요조 서울동물영화제 프로그래머, 필름메이커 이헌이 참여해 포스트휴먼 논의 안에서 안에서의 동물권, 인간과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으며 29일 포커스 포럼에서는 ‘동물은 물건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카라와 한겨레 애니멀피플이 공동기획한 스페셜토크는 영화 <캣대디들>에서 출발,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길고양이 학대 이슈로 이어졌다. 길고양이와 캣맘·캣대디를 향한 혐오를 이겨내고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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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면에서 동물을 위하는 영화제

‘제5회 서울동물영화제’는 시작부터 끝까지 ‘동물을 위하는 인간의 선택’에 집중했다. 상영작 선정 과정에서는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은 영화’가 기준이 되었다. 꾸준히 동물 봉사를 이어왔거나 유기 동물 입양 경험이 있는 셀럽들을 홍보대사 ‘애니멀 프렌즈’로 임명했다.

영화제 현장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운영되었고,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와 만나는 경험도 곳곳에 마련됐다. 비건 비누, 대나무 칫솔, 재생플라스틱 제품 등이 판매되었고, 플라스틱 병뚜껑 10개를 가져오면 비건 쿠키와 교환해주는 이벤트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8년 시작해 올해로 5회를 맞은 ‘서울동물영화제’는 동물권행동 카라 주최,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의 후원으로 매년 가을 개최된다. 카라는 “서울동물영화제는 동물 종의 경계를 넘어선 이들이 함께 이뤄내는 무대”라면서 “인간 동물에게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