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때아닌 '표현의 자유' 보장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격론이 오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관련 문체부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게임·문화예술·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국내 문화예술·관광 기업과 종사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방안 마련과 정책 집행도 당부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체부 상대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는 공모전 수상작 '윤석열차'를 둘러싼 여·야 첨예한 의견 대립이 벌어졌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으로 시작된 윤석열차 표현의 자유 침해를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제히 '윤석열차' 공모전 수상 관련 전날 문체부의 두 차례 입장 표명은 부적절했고 윤 대통령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임오경 의원은 “문체부가 공모전 수상작을 문제 삼은 것은 문화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유정주 의원은 “문체부가 수상작을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평가했다”며 “문체부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전재수 의원은 “하루에 자료를 두 번이나 낼 만큼 긴급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웹툰협회 역시 문체부가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삼아 정부 예산 102억원 운운, 헌법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 행태라고 비판했다. 다른 웹툰 관련 단체도 성명이나 입장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만화영상진흥원이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을 결격사유로 제시하고도 장관상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이를 위반한 것”이라며 “내규상 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확인, 신속한 조치 방침을 밝힌 것이지 표현의 자유 침해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여당도 대통령을 풍자한 해당 작품 수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만화영상진흥원의 행태를 문제삼았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진흥원은 문체부에 제출안 공모전 계획 중 주요 심사기준을 누락한 채 공모에 임했다”며 “표현의 자유가 아닌 절차상 잘못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차'에 대한 이견과 달리 콘텐츠·문화예술 산업 진흥과 한류 확산·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 등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상헌 민주당 의원은 “각국 경쟁이 치열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여가 높은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내년 문체부 예산이 삭감됐다”며 “(게임산업) 중국판호 발급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문체부에서 주도적으로 현명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영상을 통해 공연기획자 공연장 손실보상 지원, 인디뮤지션 예술활동증명 관련 인력 확대, 영화학도 대상 정부지원사업 확대,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수어통역·자막 서비스 확대, 지역민의 문화예술 접근성 확대 등 문화예술 종사자와 이용자 생생한 발언이 전달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현장 발언을 고려해 대응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로 문화예술·관광산업 타격이 컸음에도 지원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제도 도입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BTS가 국내에서 콘서트를 하고 외국인 관객이 20% 들어오면 6200억원, 50% 이상이면 1조2000억원 수익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BTS 등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넷플릭스 관계자의 신속한 증인 출석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다른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 국내 운영사 김소연 월트디즈니코리아 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저작권·수익배분 문제 등 여러 가지 OTT 횡포에 대한 시정방안을 국감기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넷플릭스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주목도가 낮고 심도 깊은 논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이전에 출석 요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감기간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불거진 지식재산(IP) 문제와 수익배분 문제 등에 대한 넷플릭스 입장을 청취하고 제도 도입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