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회복이 확대되면서 노동수요가 늘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기업 부담이 늘면서 채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62%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신규 채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 미수립 기업은 전체 44.6%로 지난해 같은 기간(54.5%)과 비교해 10%포인트(P)가량 줄었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지난대 대비 약 4.1%P 줄어든 17.4%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대기업 비중은 3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P 늘었다. 이 중 작년보다 채용은 늘리겠다는 기업은 37%, 비슷할 것이라는 기업은 50%, 줄이겠다는 기업은 13%로 조사됐다.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로는 △추가인력 수요 없음(30%) △구조조조정, 긴축경영 등 회사 사정 어려움(20%) △코로나19 장기화,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악화(12.0%)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2%) 등을 꼽았다.
올해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高)' 현상으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하반기 채용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 중 3곳(32.2%)은 '3고' 현상으로 채용을 중단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등 하반기 채용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채용여부 재고려(14%)가 가장 많았고 △채용규모 감소(12.4%) △채용 중단(3.3%) △채용일정 연기(2.5%)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62%)은 신규 채용 시 수시채용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19.8%,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2.2%,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8.0%였다.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가운데 절반(46.3%)은 전체 채용계획 인원 중 절반 이상을 수시채용으로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인재 채용 시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로 직무 관련 업무경험(19.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직무 이해도(17.5%) △전공과 직무 간 관련성(16.3%) △지원기업에 대한 이해(12.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해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인원 10명 중 4명(35.8%)을 경력직으로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상반기(29.7%)보다도 6.1%P 늘어난 수준이다.
대졸 채용시장에서는 이공계 인재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인원 10명 중 7명(67.9%)은 '이공계열' 졸업자가 차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61.0%)보다 6.9%P 늘어난 수준이다.
기업은 대졸 신규채용 확대를 위한 1순위 정책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확대(4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25.6%) △정규직·유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11.6%)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9.9%) △진로지도 강화, 취업정보 제공 등 미스매치 해소(5.8%) 등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혁, 신산업 육성, 조세부담 완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