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동 대표의 메타버스 제대로 타기]<6>거울세계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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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고 친숙하지만 책으로 읽어 본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지며 흔히 동화로 여기기 싶지만 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여러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 어른을 위한 이야기다. 이 작품이 나온 지 6년 후에 나온 속편의 제목은 '거울나라의 앨리스'다. 2016년에 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로 소개돼 우리에게 알려진 이 작품에서 앨리스는 거울을 통해 'Wonder Land'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맞이한 새로운 세상에서 온갖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서 거울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포털(portal) 역할을 한다.

미래학자 존 스마트(John Smart)에 의해 설립된 미국의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거울세계(Mirror Worlds), 라이프로깅(Lifelogging), 가상세계(Virtual Worlds) 등 네 가지 종류로 제시했다. 눈치챘겠지만 필자는 오늘 이 가운데에서 거울세계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거울세계는 물리적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디지털로 재현하되 추가정보를 더한 '정보적으로 확장한'(informationally enhanced) 메타버스 세상이다. 거울세계는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다. 가상지도, 모델링, GPS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실제 세계의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 접목해서 현실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 만들어진다.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가상공간에 통합시키고 확장함으로써 활용성을 극대화해 놓은 메타버스다. 대표적 거울세계 서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디지털 지구본이라고 불리는 구글어스(Google Earth)다. 필자와 같은 '길치'(길 관련 감각이 무딘 사람)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네이버지도, 카카오맵과 같은 서비스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울세계 서비스라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회사도 코엑스·킨텍스를 포함한 전국의 컨벤션센터 대부분과 그 주변의 전국 유명 관광지들을 거울세계로 구축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거울세계와 비슷한 개념으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많이 언급되기도 한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대상, 물리적인 대상이 모인 생태계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IBM, 2017). 디지털 트윈의 개념은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처음 발표했다고 한다. NASA는 당시 우주정거장의 실시간 디지털 버전을 지상에서 구현, 문제 발생 시 이를 진단하는 데 사용했다.

이 둘의 차이를 굳이 구분할 때 거울세계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트윈은 그 거울세계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미칠 영향이나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보는 데 비중을 더 많이 두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쉽지 않지만 예를 한번 들어보자. 만약 우리가 가 보지 못한 백두산 천지를 디지털 기술로 촬영하고 그곳을 가상으로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은 거울세계에 가까울 것이고, 천지에 화산이 분화했을 때 그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진단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디지털 트윈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은 많은 이야기 속에 흥미로운 소재로 등장한다. 백설공주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 나르시스의 목숨을 앗아가는 존재로(정확히는 거울 같은 호수였지만) 악역을 맡기도 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거울을 통해 Wonder Land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 것처럼 우리도 거울세계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입장하고 있다. 앨리스가 그 세상에서 한 온갖 신기하고 낯선 경험, 그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교훈을 우리도 메타버스 세상에서 얻을 수 있게 되길 바라 본다.

김창동 루씨드드림 대표 cdkim@LD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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