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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벤처 육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정책으로 거듭났다. 위상은 지난 5월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더 확고해졌다. 국정 비전 달성을 위한 6대 국정 목표는 창업·벤처정책이 핵심인 것으로 가득하다.

정부 대응에도 적극성이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민간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신속히 반영·실행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정책자문단'을 꾸렸다. 정책자문단과 부서가 직접 소통해서 현장의 피드백을 곧바로 정책에 반영하라고 주문한 민간 출신 장관의 감각이 돋보였다.

이런 대응에도 여러 부처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그 중요성에 비해 정책이 미진한 영역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케일업 촉진이다.

창업·벤처정책이 스타트업과 스케일업 지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과 달리 우리에게 스케일업 촉진은 구호에 머무르고 있다. 창업기업 2년 차의 생존율은 갓 50%를 넘어서고, 5년 차 생존율은 32.1% 정도다. 5년 차 생존율이 20%대인 업종도 있다. 유니콘, 데카콘을 쉽게 말하지만 스타트업은 스케일업을 거쳐 유니콘으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스케일업 생태계는 필수다. 유니콘이 그를 위한 생태계가 구축된 곳에서 왕성한 것처럼 스케일업 역시 그 나름의 토양을 필요로 한다.

스타트업이 혁신적 경제의 필수요건이라면 일자리와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은 스케일업이다. 스케일업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창업·벤처정책 건전성에 적신호임을 의미한다.

정책 인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혹자는 기업이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서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금 확보가 가장 큰 애로사항인 우리 현실에서 스케일업 기업의 홀로서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자금 조달에 훨씬 유리했을 유니콘 기업 상당수는 그 상당액을 해외에서 조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국내 초기 유니콘 기업이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 비중은 6%에 불과하다는 금융권 자료도 있다.

유니콘 기업의 스케일업 시간표는 다르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스케일업은 이 단계에 몇 년, 저 단계에 또 몇 년을 밟고 나서야 신청이 가능한 자격증 같은 게 아니다. 아마존은 1996년 직원 151명에서 1999년 7600명, 구글은 2001년 284명에서 2007년 1만6850명, 페이스북은 2006년 150명에서 2011년 3200명으로 스케일업했다. 우리라고 그리 다르지 않다. 쿠팡과 위메프는 2010년, 요기요는 2011년, 야놀자는 2007년에 각각 창업해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런 스케일업을 꿈꾸지 않고서 어떻게 열정을 다해 창업을 상상하고 누군가가 여기에 투자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들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창업·벤처 정책도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한때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레딧, 트위치 등을 육성한 어느 액셀러레이터가 한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단순히 보면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 성공담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이 성공의 배경에서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를 보기도 한다.

얼마 전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서 스케일업 정책을 탐구할 학회를 만들었다. 여러 협회·단체와 함께 민간 및 전문가의 제안이 구체적으로 정부를 통해 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처마다 나름의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서 정책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창업·벤처정책에 주무 부처는 있겠지만 창업·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주무 부처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부처마다 나름의 역할과 궂은일을 자처하지 않고서야 훗날 성공담이 나온들 자신의 성과라고 자처할 수 있겠는가.

박재민 건국대 교수·한국과학기술스케일업학회 회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