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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상용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는 B사는 최근 다른 회사와 합병해 C사로 회사 명칭을 바꾸었다. 사무실도 그대로이고 A 상용SW를 사용하는 사람도 그대로인데 A 상용SW 저작권자는 저작권 양도(B사→C사)이고 이 양도에 동의할 수 없다며 A 상용SW를 새로 구매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D 상용SW를 사용하는 E사는 최근 회사 분할을 해서 F사가 설립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D 상용SW 저작권자 역시 저작권 양도(E사→F사)이고 동의할 수 없다며 D 상용SW를 새로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저작재산권과 저작재산권 라이선스는 동일하게 재산권이지만 양자의 취급은 상이하다. 즉 저작재산권은 양도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45조 제1항) 하지만 저작재산권 라이선스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양도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46조 제2항) 법조문에는 저작권자의 동의만 받으면 제약 없이 양도가 허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작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동의해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저작재산권 라이선스와 관련해 저작권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저작권자와 이용권자 사이에 특수한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마치 임차권이 양도되는 경우와 같이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저작물 유형에서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에 특수한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누가 이용하든지 똑같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상용SW가 그렇다.

저작재산권의 자유로운 양도와 달리 저작재산권 라이선스가 양도되지 않는 것은 SW 저작권자가 SW 복제물을 매도하기보다 라이선스만 설정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특히 상용SW의 경우 판매 시 양도되는 경우는 없으며, 거의 모든 경우에서 라이선스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된다.

저작재산권 라이선스의 양도 금지(저작권법 제46조 제3항) 적용 범위는 모호하다. 이 때문에 일부 저작권자는 이를 악용한다. 예컨대 이용약관에서 무제한으로 확장돼 포괄적인 권리 승계, 예컨대 합병·분할 등의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자는 저작권자 동의를 악용해서 합병이나 분할의 경우 수반되는 라이선스 양도를 동의할 수 없으니 무조건 새로 구매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은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을 상속, 합병, 분할 등의 경우와 같이 법률에 의해 권리 의무가 포괄적으로 이전되는 경우까지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보지만 현실에서는 모호한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저작재산권 라이선스도 재산권임에도 양도 시 저작권자 동의를 조건으로 걸어 놓은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 때문에 라이선스 양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고, 심지어 합병이나 분할 등의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동의 거절로 말미암아 새로운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하는 불합리하고 위법한 상황이 반복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작권은 일상 문화를 담고 있고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릇이기 때문에 저작물의 유형은 다양하다. 영화, 소설, 건축물, 연극, SW, 시, 음악, 서예, 조각, 판화, 공예, 사진, 지도 등 이런 다양한 저작물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저작권자와 이용권자 사이에 특수한 신뢰 관계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다양한 저작물을 임차권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에 따르면 저작물 유형이나 해당 사정과 무관하게 저작재산권 라이선스 양도 시 저작권자의 동의는 선행돼야 한다. 만일 저작권자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양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부 저작권자는 이 규정을 이중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특히 수백만원, 수천만원대 상용SW의 경우 일부 저작권자는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을 악용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저작재산권 라이선스는 재산권이자 채권이어서 헌법이나 민법의 일반 규정을 고려할 때 원칙적으로 양도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을 원칙적 양도 허용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다만 저작물의 유형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서 몇 가지 경우에 한해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도록 해서 저작권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사태를 막는 방식으로 개정돼야 한다. 적어도 부당한 동의 거절에 대처할 수 있는 규정은 포함돼야 한다.

현재 양적으로 아날로그 저작물보다는 디지털 저작물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유통 경로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훨씬 많다. 이런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면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은 디지털 환경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 환경에서 문화 유통이라든지 이용자 보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만 보호하는 법이 아니며,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이용자의 이익이 상호 조화롭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작권법 제46조 제3항은 이용자의 이익을 무시하고 저작권자의 이익만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원인은 규정의 모호성이나 포괄성 등에 있다고 본다. 부당한 동의 거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oalmephaga@minwh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