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회사가 난립하면서 같은 기업을 놓고 다른 평가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평가 투명성에 금이 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산업계에 ESG가 경영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관련 평가 기업만 30여개사로 증가했다. 문제는 기업에 따라 평가 결과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상황이다. 평가기관에 따라 100점 만점 기준으로 최고 85점에서 최저 25점까지 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체는 신뢰도 문제로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속앓이'하는 상황이다.
ESG인 것처럼 위장하는 'ESG 워싱'도 빈번해지고 있다. 평가 회사가 평가기업의 유리한 점만 부각하고 불리한 내용은 감추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 활동이나 제품의 환경적 속성이 허위·과장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그린워싱'(친환경 과장 공시)부터 인권 리스크에 상당히 노출됐으나 대외적으로 인권경영을 선언하는 '블루워싱'(인권존종 위장 공시)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ESG 워싱 문제가 붉어지자 이해상충 규정, 평가방법론에 대한 최소 공시 요구사항을 제안하는 등 'ESG 평가' 규제감독에 나서고 있다. 국내도 최근 ESG평가사가 난립하고 비영리 법인 평가사의 무료서비스부터 영리법인의 유료서비스까지 가격 차가 10~20배 벌어지는 등 ESG 워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사 관계자는 “동일 기업을 놓고 200만원에 평가해 주는 곳이 있고, 5만원에 해 주는 곳이 있다”면서 “고객사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부정 이벤트를 투명하게 평가하거나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ESG 데이터 산출 기준에 따라 기업 성과 차이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는 재해율 통계지표 가운데 도수율 계산에서 한국은 총근로시간당 100만 근로시간 당 '재해발생건수'를 기준으로 하고 해외는 '근로손실' 건수를 기준으로 한다. 요양재해율, 강도율도 국내외 평가사 간 차이가 있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서 ESG 데이터 산출 기준을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평가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는 평가 총점 공개에 이어 질문 레벨 점수를 공개, 평가 결과 활용 주체로부터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은 ESG에서 '지배구조'(G)에 해당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환경'(E)과 '사회'(S)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도 곧 의무화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