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미도, "시한부 찬영 역, 내 삶 돌이켜보는 계기" ('서른, 아홉' 종영)

"서른,아홉을 통해 한 번쯤 자신의 죽음을 놓고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찬영 역할뿐만 아니라 미조, 주희 등 3인을 놓고 봐도 좋은 친구가 있으면 잘 살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배우 전미도가 자신이 열연한 '서른, 아홉' 속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스스로 느낀 바를 이같이 이야기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배우앤배움 아트센터에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을 마무리한 배우 전미도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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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전미도와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미도는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이래, 번지점프를 하다·베르테르·원스·맨 오브 라만차·스위니 토드·어쩌면 해피엔딩 등 뮤지컬 작품과 갈매기·벛꽃동산·14인의 체홉·메피스토 등 연극활약을 펼친 배우다.

전미도의 '서른, 아홉' 출연은 2020년과 2021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주연 '채송화' 역으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이후의 차기행보였다.

차미조(손예진 분)-장주희(김지현 분) 등과 3인방을 이루는 정찬영 역을 맡은 전미도는 담담한 캐릭터 설정과 함께 시한부 인생과 그에 잇따르는 인간관계와 배려 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전작 '슬의생' 시리즈 이상의 먹먹함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뷰 동안 전미도는 '서른, 아홉' 속 정찬영을 처음 만날때부터 현 시점까지 다양한 비하인드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개인적인 변화와 향후 행보계획도 함께 언급했다.

-종영소감
▲아직 여운이 길다. 촬영 끝난지 좀 지났지만, 주변 지인들의 메시지나 드라마 이야기 속에서 감정이 올라오더라. 마지막 회차도 한 시간 내내 울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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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전미도와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찬영'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 시한부라는 설정을 해본 적이 있는지?
▲전작 '슬의생'까지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삶 속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이 더 큰 공감과 울림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시한부 설정까지는 아니지만 안락사를 주제로 한 연극 비(BEA)를 통해 죽음과 관련한 생각들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캐릭터 표현 자체에는 차이가 있다.
'찬영' 캐릭터로서는 부모님 대면, 혼자 머물러있는 모습 등 일부 신을 제외하고는 남겨진 이들을 위해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톤으로 대본방향이 정해졌고, 그를 표현했다.

-캐릭터 표현에 있어 신경쓴 포인트?
▲시한부의 췌장암 환자라는 설정 속에서 직접 알 수는 없는 그들의 고통을 표현하는 데 조심스러웠다. 찬영의 상태를 별도로 표현하는 컷들이 없어서 실제 체중감량을 하는 등의 비주얼로 표현했다.
물론 작품이나 캐릭터 설정이 병이나 고통보다 죽음을 대하는 삶의 이야기에 집중돼있었기에 그나마 괜찮았다.
또한 오프닝부터 찬영의 시한부 설정을 공개한 상태에서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도 고민이었다. 다행히도 회차가 진행되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는 걸 보고서 안심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오열하는 신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이 격해졌던 장면은?
▲전반적으로 눈물신이 많았어서 어떻게 비칠까도 생각했는데, 막상 접어드니 또 달라지더라.
개인적으로는 시한부의 삶을 맞닥뜨리게 된 상황을 부모님께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꽤 감정이 격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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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전미도와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슬의생' 송화와 '서른,아홉' 찬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죽음에 대한 감정표현이 격한 것 같은지?
▲만약 찬영이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당연 찬영쪽이다. 하지만 찬영은 남은 시간과 사람들을 소중히 마주하며 보냈기에, 죽음이나 고통을 지켜보는 입장인 '슬의생' 송화가 좀 더 슬픔을 오래 갖고 갈 것 같다.

-시청자나 주변지인의 반응은?
▲촬영 당시에는 반응을 직접 접하지는 못했다. '슬의생'팀들은 주변에서 난리났다며 잘보고 있다고 하더라.
방영 중간중간 인스타그램 태그를 통해 전해진 시청자분들의 말에 감사했다. 전 늘 제가 하는 연기로 감동받았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번 찬영 캐릭터를 통해 누군가를 먼저 보낸 분들이 많이 공감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뿌듯했다.

-손예진·김지현 등 배우들과의 케미?
▲리딩때부터 차미조/정찬영/장주희 등 캐릭터 자체가 된 듯 한 느낌이었다. 각 장면들이 실제 대화로 펼쳐지는 모습이었어서, 촬영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뮤지컬 무대에서 함께 한 지현 배우와는 물론, 손예진 배우와도 편해졌다. 특히 손예진 배우는 모든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많은 경험으로 연기를 리드하는 등 프로다운 모습이 느껴졌다.
누구나가 반할 것 같은 사람이다.

-캐릭터 연기와 함께 개인적으로 변한 부분이 있나?
▲촬영 내내 찬영 캐릭터와 비슷하게 생각하며 지내다보니 마음가짐이 좀 바뀐 것 같다. '올해까지만 버티자'라는 캐릭터 상 마음가짐을 함께 하다보니 촬영현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만나는 사람들도 다르게 보였다.
또 주변 지인들과의 시간도 새롭게 생각됐다. 이전에는 촬영 종료 직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했지만, 이번에는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는데 열중하고 있다.
여기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도 써내려가고 있다.

-오랜 무대연기 이후 매체연기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매체연기만의 매력은 뭐가 있는지?
▲제 연기를 제가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제 연기를 보고, 뜻하지 않게 나오는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 서른, 아홉에서는 미조에게 전하는 마지막 영상메시지에서의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표정이나, 브런치 신에서의 못생긴 표정들이 눈에 들어오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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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전미도와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연기자들의 다양한 도전을 어떻게 보는가? 도전을 계획하는 무대연기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이번에 함께 한 김지현 배우나 '파친코'로 활약중인 정인지 배우부터, 정은선·이진 등 많은 배우들이 도전하고 있다. 정말 반갑고 응원하게 된다.
많은 배우들이 무대활동에 이어 매체로 넘어와서 잘하는 모습인데, 딱 구분지어서 놀랍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조언부분은 아직은 부족한 사람이라 솔직히 좀 민망하다.하나는 확실하다. 과거 어떤 감독님께서 '담아내는 건 저희가 할 테니, 무대연기 그대로 해주세요'라고 하신 적이 있다.
물론 마이너스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무언가 계산하기 보다 직접 접하면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매체연기 캐릭터 도전은?
▲굳이 콕 집을 것 없이 많은 걸 해보고 싶다. 최근에는 김혜수 선배님, 이성민 선배님, 김무열 배우 등 모든 인물들이 인상적인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지켜보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향후 계획은?
▲슬의생 시리즈부터 서른, 아홉까지 3년째 열심히 해왔다. 당분간은 조금 쉬었다가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등 매체연기는 물론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서 좋은 작품으로 무대 위에도 다시 서고 싶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