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디지털 전환,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체계 대전환이 일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 야기된 뉴노멀, 저성장 고착화로 기업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변화에 능동 대응토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영세기업은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변화 트랜드를 쫓기 힘들고 기술 역량을 단기간 확보하기도 어렵다.
발상을 전환해 탄생한 문제해결책이 'ICT 연구개발(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이다.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기존 중기 지원 R&D는 사업화 시간이 길고 성공률도 떨어졌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중소기업이 ICT 제품화 필요 기술을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을 통해 맞춤형 지원받도록 도와 신제품·서비스를 재빨리 창출하도록 했다.
참여 기업 만족도가 높고 성과도 착실히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187개 지원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신사업 진출, 품질향상, 고용·매출 창출 등 효과가 크다는 응답이 나왔다. 확보기술 만족도도 4.21점(5점 기준)으로 높았다. 선행사업이 시작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331개 과제를 지원, 195개 과제가 종료됐는데, 55.4% 사업화 성공률과 620억원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성과도 우수했다. IITP에서 지원하는 ICT R&D 전체사업과 비교해도 사업화 성공률은 약 2배, 10억원당 매출액은 1.6배 높게 나타났다.
성공사례도 양산 중이다. 일례로 세창실업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자동 음료 컵 포장기 개발에 성공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인 세창실업은 용기를 인식, 자동 비닐 포장기기를 개발코자 했는데 관련 기술이 없었다. 이때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이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해 IoT, 센싱, 소프트웨어(SW) 기술을 보유한 이에스피와 협업하게 됐다. 마침 맥도날드에서 음료 포장기 제작 제안을 받았고, 컵에 필름을 실링해 배달 편의성을 높인 음료 컵 포장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6월 국내 맥도날드 400개 전체 매장에 이 포장기 적용을 결정했다.
세창실업은 맥도날드를 비롯해 버거킹, 서브웨이 등 1000개 점포에도 기기를 우선 공급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더욱 업그레이드한 시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송재학 세창실업 대표는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은 뜀틀”이라며 “덕분에 ICT 도약을 끌어낼 수 있었고, 중소기업 한계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친환경 패키징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성공사례는 파트론의 스마트워치용 환형 심박센서 모듈이다. 파트론은 이동통신 라디오 프리퀀시(RF) 부품, 센서 생산 업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필요한 환형 심박센서 모듈 개발을 희망했는데 기술력이 없어 난관에 부딪혔다. 이때 도움을 준 것이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이었다. 나노종합기술원을 통해 환형 구조 실리콘 광검출기를 맞춤형으로 개발, 심박 정밀도 및 전력 효율성을 높인 환형 심박센서 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결과 139억원 매출 성과를 창출하고 11명 신규 인력도 고용하게 됐다.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을 담당하는 이금희 IITP 팀장은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찾아주는 매칭 시스템과 아웃소싱형으로 개발해주는 지원 프로세스, 과제 수행 기간 중 맞춤형 사업화 컨설팅이 어우러져 있다”며 “이것이 지원 기업 사업화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