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난해 사상 최단기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7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을 앞세워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탄소중립'이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했다. 정부는 올해 탄소중립 이행 원년을 맞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 등 신규 무역장벽 대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국제인정협력기구(IAF)와 다자간상호인정협정(MLA)을 체결했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분야에 대한 국제적 역량을 인정받아, CBAM 등 국제기준과 직접적인 연계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CBAM은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배출이 이전하는 탄소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 EU가 도입하려는 무역관세 일종이다. EU 집행위원회 CBAM 법령안에는 '제품 내재 탄소량 검증'을 EU 회원국 인정기구 인정 검증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IAF MLA를 활용해 국내 검증기관이 검증 수행, 결과 인정이 가능하도록 EU와 협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유럽시장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CBAM 등 무역기술장벽에 선제 대응하면서 중복 검증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상호인정협정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과학원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IAF 회원국 간 양자협력 등 국외 감축사업과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국제탄소시장 연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민간 부분의 산정·보고·검증(MRV) 활성화를 위해 국제상호인정 대상 범위를 확대, 국내 기업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활동 검증 결과가 상대국에서 중복 검증 없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한다. 과학원은 연내 IAF와 온실가스 상호인정협정(GHG MLA)을 체결해 국제표준에 따른 자발적 온실가스 배출량·감축량 및 환경정보 검증기관 인정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은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친환경'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 '택소노미'를 마련,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지표로 삼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 2년에 걸쳐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민간·공공 자금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녹색사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과잉·허위 정보와 같은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 피해를 예방한다.
정부는 올해 금융권 시범사업을 통해 K-택소노미 금융시장 조기 정착을 지원한다.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사업 단위 금융상품에 우선 적용하고 시범사업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EU 등 국제동향을 반영해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지속 보완, 내년 K-택소노미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중간경로인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흔들림 없이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NDC는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자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DC 목표 수정 논의보다는 NDC 달성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