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줄줄이 끊겨 농가 울상
케이블TV 13개 사업자 커머스방송
농-특산물 비대면 판로 '활짝' 열어
지자체와 협력...소비촉진행사 정례화
#강원도 횡성에서 무 농사를 짓는 김성규 씨. 풍년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가 줄면서 무값이 폭락했다. 판로는 막히고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산지 폐기'를 고민한다. 케이블TV가 하반기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같은 어려움을 겪은 지역농가와 소상공인에 힘을 보탰다.
LG헬로비전·SK브로드밴드·HCN·서경방송 등 13개 케이블TV 사업자는 지역성 강화와 지역경제 이바지 차원에서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지역밀착형 미디어 커머스'를 새롭게 시도했다. 케이블TV가 오랜만에 공동으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이다.
케이블TV는 지역채널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정부·지자체와 함께하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지역민 판로 축소 어려움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로 좁아진 판로 케이블TV가 대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농어민과 소상공인 오프라인 판로가 평소 대비 축소됐다. 농·특산물 주요 판로인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 관광객 발길도 뜸해졌다.
단풍구경 등 가을 여행철 10월에 예정된 금산인삼축제, 목포항구축제,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 등 지역 대표 축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가 연기되거나 축소됐다. 각 지자체 축제위원회는 온라인 홍보대사 위촉, 온라인 쇼핑몰 입점, 라이브 커머스 등 비대면 판로 확보를 타진했다. 그러나 방송채널 광고나 홈쇼핑 입점 등 높은 수수료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케이블TV는 이같은 지역민 애로사항을 고려, 지역채널과 커머스를 접목한 방식으로 농가 판로 개척 지원을 본격화했다. 커머스 콘텐츠 제작부터 주문·정산·결제·고객관리 등 전체 과정을 지원했다. 입점 수수료는 최소화했다.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에서 약 6개월 동안 108종 상품을 판매했으며 농·특산물 비중이 80%,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제품이 20%였다.
LG헬로비전은 지역행사 위원회와 랜선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등 지역 생산자 판로 개척과 홍보 마케팅 지원 활동 기회를 마련했다. HCN은 수개월 준비한 자체 기획 커머스를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 선보였다. 모든 권역에서 자체 제작 커머스를 송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자체·지역농가·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한 지역 특산물 판매와 시즌 이벤트성 상품을 기획·판매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 지원에 주력했다. 서경방송은 9월 경남 진주 농특산물 대전과 연계, 장생 도라지 등 7종 특산물 비대면 판로를 개척했다.
◇전국 팔도 먹거리 '착한 가격, 착한 소비'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은 지역 생산자 상품을 전국 권역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하는 '농장에서 식탁으로' 모델을 지향한다.
생산자인 지역 농가와 소비자 주민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케이블TV가 담당한다. 생산자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소비자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는 장점이 있다. 어려움에 처한 농가 생산품을 구입하면서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LG헬로비전은 지역 특산물 밥상이 테마인 예능 프로그램에 라이브 커머스를 연계 '팔도밥상 플러스'를 선보였다. 전남 광양 완숙 토마토는 본방 직전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에서 누적 시청자 2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20분 만에 준비한 수량을 모두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SK브로드밴드는 지역농가에 광고비·수수료 등 비용 없이 강화인삼·순무김치 등 인천지역 특산물을 홈쇼핑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일주일 간 편성했다. 지역채널을 통해 매출 유입 효과가 크게 나와 하루 평균 매출을 뛰어넘는 판매실적을 얻었다.
또 대구약령시장, 대구염매시장, 와룡시장 등과 연계해 경옥활력소 하루애, 신행음식, 모듬떡, 홍삼정과, 닭발, 떡갈비, 수제두부 등 7종의 우수 상품을 선정해 TV에서 홍보 기회를 제공했다.
HCN은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을 시작으로 지역방송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였다. 온라인 마켓 플랫폼과 지자체 유튜브 채널을 연계해 HCN 권역을 대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배송시스템과 효율적 연계를 위해 라이브 커머스 이후에도 지역 커머스 방송을 별도 편성했다.
서울 관악·동작구 전통시장 7곳 중 5곳이 완판했고 충북 특산물 초당옥수수와 홍감자는 방송 두 번에 약 400건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HCN 관계자는 “전통시장 라이브 커머스는 상인 누구나 쉽게 소비자와 소통하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케이블TV 커머스방송은 계속된다.
이달 우체국쇼핑과 공동 기획한 '2021 연말 특집전' 커머스방송을 진행한다. 첫 기획상품 장어와 대삼치를 우체국쇼핑몰과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에서 동시 판매한다. 양질의 상품 공급과 판로 확대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LG헬로비전은 이달 지역 축제·공공기관 행사와 연계해 경기도 연천 수삼, 제주 한라봉, 경북 영덕 반건조오징어, 부산 깡통시장 어묵, 강원도 천년초 과립 등을 판매한다.
SK브로드밴드는 18~19일 경기도 착한기업 농특산물 소비촉진 행사와 연계해 농특산물 재배 현장을 보여주고 요리를 소개하는 등 커머스방송을 진행한다. HCN이 서울 신림순대타운 백순대 등 라이브 커머스를 21일 진행할 예정이다.
◇활로 찾는 지역민…케이블TV·지자체 협력
지자체와 협업모델도 나타나고 있다. 10월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행사를 취소한 금산인삼축제를 대신해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방송이 금산 인삼 4000개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금산 인삼농가는 올해 삼중고를 겪었다. 지난해 수해로 인삼 품질이 저하된 데다 코로나19로 소비가 부진하고 인삼축제가 취소돼 판로가 막혔으며 중국 수출길도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다.
금산축제관광재단은 지역농가 어려움 해소를 위해 충남도청 소개로 케이블TV 커머스방송과 협업을 추진했다. 마케팅 소비촉진 사업 명목으로 예산을 투입, 금산 인삼을 판매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축제 판매해야 할 물량 10% 이상을 한 번에 해결, 1억2000만원 판매고를 올렸다.
김병수 금산축제관광재단 사무국장은 “인삼축제 취소로 오프라인에서 판매 물량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홈쇼핑에 입점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컸다”며 “금산인삼 슈퍼위크와 케이블TV 커머스방송을 병행, 금산인삼을 홍보하고 비대면 판매 기회를 얻어 지역민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커머스방송은 GAP 인증 수삼으로 금산인삼 우수성을 홍보하고 판매 촉진에 기여했다.
금산군은 유통 경로 다변화를 위해 내년에도 지역채널 커머스방송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산군에서 직접 연계 행사를 준비하고 커머스방송을 통해 인삼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와 횡성군은 10월 산지 폐기 위기에 놓인 횡성 고랭지 무를 케이블TV 지역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고랭지 무 약 2000상자를 판매, 수익만 2300만원에 달했다. 강원도는 LG헬로비전 강원방송과 업무협약을 맺고 '강원도 대표 농특산물 소비촉진 행사'를 정례화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각 지역 전통시장과 연계해 특산물을 커머스방송으로 선보였다. 충북 옥천 홍감자와 초당 옥수수, 구미 표고버섯과 연잎, 경북 구룡포 해산물과 부산 전통비누, 전남 광양 골든키위와 해남 절임배추, 경남 김해 단감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