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하던 HMM 노사가 대승 차원의 합의에 이르렀다. 지난 2일 노사는 임금협상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올해 6월부터 육상노조·해상노조와 진행해 온 임금협상이 77일 만에 일단락됐다.
노사 양측은 협상 마감시간을 앞두고 '밤샘'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최종 합의에 이른 직후 노사는 “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과 해운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서로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해운 재건 완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국익 우선이 양측 결단을 이끈 셈이다.
물론 협상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노사가 각자 제시한 임금협상안의 격차가 컸다. 사측은 충분한 보상이 담겼다 했고, 노조는 임금 동결 등 희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맞섰다.
해상노조는 쟁의행위(파업) 찬성 여부를 묻는 노조원 대상 투표를 앞두고 집단 사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의 한 곳인 MSC로 집단 이직하겠다며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다. 뒤이은 육상노조 역시 압도하는 표결로 파업을 가결했다. 곳곳에서 물류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HMM은 국내 최대 선복량을 보유한 '국가대표' 국적 원양선사다. 회사가 멈춰 서면 수출 마비는 불가피하다. 어느 때보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고공행진하는 해운 운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7일 기준 4385.62로 16주 연속 상승,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HMM 노사 합의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에 비춰 볼 때 HMM 노사 간 임금협상 진통과 극복은 양측을 하나로 결속시켜서 세계 최대 해운사로 거듭나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HMM 노사는 경영정상화 이면에는 자체 노력 외에 국민 혈세가 지원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앞으로도 국익을 우선한다면 '해운 재건'을 앞당길 것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