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두 명의 억만장자가 우주관광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바로 영국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의 리처드 브랜슨과 미국 '블루오리진(Blue Origin)'의 제프 베이조스다. 얼마 전 버진갤럭틱은 6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90㎞ 상공까지 비행에 성공해 우주관광 기업의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특히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뉴셰퍼드는 2800만 달러(약320억원)의 티켓 가격을 지불한 일반 승객을 태운 뒤 카르만 라인을 뚫고 날아올라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처럼 우주관광 기업들이 연달아 비행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개발을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우주산업은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이 약 2707억 달러(약 298조 원) 규모인 데 비해 3조2610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의 우주산업 참여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초기 정착 단계에 불과한 수준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퍼스트무버 국가들을 뛰어넘고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시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민간 우주개발 촉진'을 골자로 하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은 3가지 이유에서 그 의미가 크다.
첫째,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적 지원이다. 올해 3월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1단부 최종 종합연소시험 현장에서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우리나라는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아르테미스 협력 약정' 등을 통해 국내 우주 산업이 성장 도약할 수 있는 대세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러한 시기에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은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이라 하겠다.
둘째, 민간기업 육성을 위한 전략 추진을 법으로써 의무화했다. 개정안은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을 비롯하여,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우주개발 기반시설의 개방·확대, 우주 신기술 지정, 우주분야 창업 지원, 계약 방식 도입, 우주산업 인력양성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우주산업 육성전략 수립에 있어 민간 우주개발 촉진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해 우주기업 육성을 위한 전략 추진을 의무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국한됐던 우주개발을 민간 부문으로 확대 전환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산·학·연·정 간 소통의 결과물이다.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관련 산업계, 현장 및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된 소통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본격적인 정책연구 전부터 관련 업계의 애로사항 및 의견청취를 위해 정기적인 소통을 진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개정안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에 착수하였다. 4월에는 산업체 의견을 재차 수렴하여 '우주산업육성전략 민관 TF'를 통해 개정안 초안을 심층 검토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우주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국내 산업과 기업의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주개발이 국가안보, 외교 등 종합정책으로 추진되는 지금, 민간을 중심으로 한 우주개발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이번 개정이 국내 우주개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길 바라며, 8월 입법예고와 내년 상반기 추진을 앞두고 있는 '우주개발진흥법'의 순조로운 개정을 우주기술 관계자이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는 바이다.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KT SAT) 대표 km.song@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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