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시행되는 中企 기술탈취 방지법...대기업 반발 기류 여전

상생협력법 개정안, 내년 2월 시행
기술자료 유용시 최대 3배 징벌적 손배
전경련 "위·수탁기업 분쟁 증가" 우려
세부 조문 해석 놓고 진통 이어질 듯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유출 및 유용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제도가 내년 2월 시행된다. 피해가 없다는 입증 책임도 대기업에 부과된다. 다만 대기업계의 반발 기류가 여전한 데다 세부 조문 해석을 놓고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상생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 하위법령 제·개정을 거쳐 공포 6개월 이후인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 이후부터 수·위탁 관계에서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NDA)을 반드시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고의적인 기술자료 유용에 대해서는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기술탈취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벌어지면 위탁기업인 대기업이 최종 입증 책임을 갖는다. 대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확보했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해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기술탈취 피해자인 중소기업이 전문지식과 증거 부족 등으로 구체적인 위반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상생협력법이 최초 발의 이후 4년 만에 시행되는 것은 입증 책임을 놓고 공방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반발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전히 갈등 요소는 남았다. 중소기업의 영업비밀과 기술자료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조사나 처분 시효가 없어 산업 전반에 걸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대기업 측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위·수탁기업 간 분쟁만 늘게 될 것이란 이유도 달았다.

재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업무 과정에서 통신내용 등 거래증빙자료를 기록하는 불필요한 비용이 커질 것”이라면서 “특히 대기업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우리 중소기업보다 해외 파트너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생법 개정안이 국내 민사소송법과는 다른 이례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국내 민사소송법은 원고가 혐의를 입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향후 기술탈취 소송 과정에서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유 기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최대한 사전에 차단하도록 세부 조항을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소송에서도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세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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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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