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근 수출 실적이 좋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반적 글로벌 교역이 감소하는 가운데 우리 수출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지워 냈다. 지난달 수출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인 554억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반도체는 지난해 7월보다 39.6% 증가한 110억달러 수출액을 나타냈다. 수출 2·3위 품목인 석유화학과 일반기계도 각각 59.5%, 18.4% 증가했다. 자동차(12.3%), 컴퓨터(26.4%) 등 전통 주력 품목도 순항했다. 신성장 품목인 바이오헬스(27.2%), 이차전지(31.3%), 농수산(3.7%), 화장품(11.7%) 등도 호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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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수출이 괜찮을 것이란 낙관도 늘고 있다. 고무적이다. 다만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라' 했다. 현 수준에 만족하는 것보다 개선점을 찾아 '미래형 수출강국'을 준비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 꺼풀 안을 들여다보자. 우리 수출의 주력 아이템은 대부분 하드웨어(HW)에 기반을 둔 공산품이다. 서비스 수출은 아주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지금 관광 같은 전통적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대면 사회가 진전되는 가운데 다양한 온·오프라인연계(O2O) 신규 서비스가 활황을 타고 있다. e커머스부터 배달 대행, 차량 공유, 원격 의료, 온라인 부동산중개, 온라인 법률상담까지 다양한 신산업이 커지고 있다.

O2O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비대면 시대에 국내에서 축적한 사업 경험을 무기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결과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지난해 12월 일본어 버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일본 현지에서 출시한 후 꾸준히 성장, 입점 병원이 400곳을 돌파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기준 일본 시장 선두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이미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 4개국 86개 지역 100여곳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배달의민족은 후발주자로 베트남에 뛰어들었지만 국내에서 쌓은 경험과 현지화 마케팅을 앞세워 현지 2위 자리로 빠르게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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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뤄지는 O2O 신산업 서비스의 해외시장 개척은 굵직한 수출 신상품을 확보할 실마리가 된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가 우리나라에 진입했듯이 우리나라에서 검증받은 서비스가 해외에 진출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로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 산업에 걸쳐 비대면 O2O 플랫폼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경험을 쌓은 스타트업들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새로운 '수출 한류'로 만들면 좋겠다.

온라인 수출도 세밀하게 점검해 보자. 과거 전문 통상기업의 전유물이던 수출에서의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규모있는 e커머스 회사는 물론 소상공인까지 직접구매(직구)·역직구로 쉽게 국경을 넘는다. 온라인 수출은 현지 투자나 법인 설립 같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


정부가 오프라인 일색인 수출 지원정책 가운데 일부만 온라인으로 전환해도 좋겠다. 온라인 수출은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이 공통으로 활용할 온라인 수출 플랫폼만 갖춰도 수많은 내수형 중소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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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