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179.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까지 영향 미친 옵티머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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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옵티머스 사태'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증권사 등의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 2900여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모은 뒤 안정적인 정부채권에 투자한다고 출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55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원금 손실이 막대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결국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이는 은행의 수탁업 위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자금 보관과 관리를 한 수탁사 '하나은행'에 대한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고, 이를 지켜본 다른 은행들 또한 수탁업무를 꺼리는 계기가 됐다. '저위험 저수익'이었던 수탁 업무가 '고위험 저수익'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은 벤처투자업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 수탁업무를 하던 은행들은 모두가 수탁 업무를 꺼리고 있어 벤처투자조합 대비 펀드 규모가 적은 개인투자 조합을 결성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은 사실상 수탁은행을 찾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실제 개인투자조합 결성 승인을 받은 많은 개인투자조합이 수탁은행을 찾지 못해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당장 투자 유치가 급한 스타트업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들은 업무집행조합원이 돼 개인을 주로 유한책임조합원으로 하는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데 규모가 10억원이 넘어가면 반드시 수탁은행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수탁업무를 꺼리는 은행 분위기 때문에 조합 결성 허가 이후 조합자금을 모은 상태에서도 투자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라고는 조합 규모를 10억원 미만으로 해서 결성하는 것뿐이지만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리스크 최소화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펀드 10억원으로 1개 기업에 2억원 안팎의 금액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4~5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 만약 펀드 규모를 키워 50억원 규모의 조합을 만든다면 20~25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적어도 하나의 조합에서 20개 이상의 딜을 가져가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이미 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수탁은행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펀드 규모를 10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개인투자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의 투자를 더 리스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외에도 조합운영자(GP)인 액셀러레이터는 관리 리소스가 더 많이 투입되게 된다. 개인조합원들을 모아 약 50억원 규모의 조합을 만들려 했는데 현재 상황 때문에 조합을 5개로 분할해 만들게 된다면 그만큼 투입되는 비용과 인원이 늘게 된다. 조합 규모와 상관 없이 모든 조합은 회계감사 등 관리 업무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서는 중기부와 금융위원회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금융위와 중기부는 수탁 기능을 필수로 운영해야 하는 펀드 규모를 3년 내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에 한해 10억원이 아닌 50억원 정도로 완화해 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만약 이 방식이 어렵다면 수탁이 아닌 신탁 등 형태도 가능하게 조치해 줘야 한다.

은행도 관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옵티머스 사태는 분명 질타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개인투자조합 수탁업무까지 무조건 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필자 역시 농협, 하나은행 등 수탁부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 수탁 의뢰를 여러 번 부탁했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개인투자조합의 사회적 기능은 아이디어와 역량은 있지만 이를 실현할 자금이 없는 초기 창업자에게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유례없는 은행들의 수탁 거부로 많은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줄에 문제가 생겼다.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투자는 현재 대한민국 희망인 스타트업의 디딤돌이다. 출자자를 기만한 옵티머스 사태의 여파가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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