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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해 10월 미국 의회가 디지털 마켓 경쟁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 거대 테크 플랫폼 기업, 특히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경쟁 공정성을 훼손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언급했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필자도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플랫폼 기업 독점을 20세기 초 미국 거대 석유·철도 회사, 더 나아가 AT&T의 통신 시장 및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과 비교할 뿐만 아니라 거물(tycoon)·갑부(baron)·토지수탈 (landgrab) 등 부정적 단어를 사용하면서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이 같은 표현은 우리나라 재벌의 부정적 면을 언급할 때 쓰는 표현과 별다른 바가 없다는 느낌이다.

보고서는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개혁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디지털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합병과 독점 관련 법안을 강화하며 적극적 반독점법 적용과 집행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까지 제안했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 구조 분리와 사업참여 제한을 통해 이해충돌을 줄이는 한편 차별, 편파, 선호 등을 방지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진입장벽을 쌓은 기존 산업과 다르게 플랫폼 비즈니스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로 거대화되면서 이제는 또 다른 진입장벽을 세우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네트워크 효과, 서비스 스위칭 비용, 데이터, 규모와 규범 경제를 플랫폼 비즈니스 진입장벽으로 적시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데이터다. 플랫폼 특성상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규모를 키우면서 쌓이는 데이터가 비즈니스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플랫폼 독점의 근본적 원인이며 경쟁력 근원을 데이터로 보면서 네트워크 외부성 개념을 빌려 '데이터 외부성'으로 규정하하는 한편 데이터 역할을 강조했다.

보고서가 보고서만으로 끝난 게 아니다. 6월 초 미국 의회 양당에서 5개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 명칭과 내용을 보면 보고서 결론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그 가운데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테크기업의 구조 분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 독점적 기업이 자사 영향력 확대를 위해 잠재적 경쟁기업 인수를 금지하는 '플랫폼 경쟁과 기회법'도 도입했다.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있겠지만 만약에 통과돼 법률이 된다면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한 민주당 의원이 “규제되지 않은 거대 테크 독점기업이 너무나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승자와 패자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으면서 중소기업을 파괴하고, 소비자 가격을 올리며,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거대 테크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 서로 가치를 창출하고 증대시키면서 오늘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독점에 대한 지탄과 비난을 받으면서 테크기업을 향한 법안이 제출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플랫폼 기업의 시장가치가 주식시장 활황과 더불어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플랫폼 기업 역시 성장과 함께 부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이 심심치 않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쟁 촉진을 위한 플랫폼 기업의 구조 분리와 사업 제한 등을 제안한 미국 의회 법안 제출을 단지 태평양 건너 남의 일처럼 간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