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아이? 글로벌 아이의 시작과 함께 성장하다
2008년 설립된 '패러랠 컨템포러리 아트(Parallel Contemporary Art, 이하 PCA)'는 현대미술을 후원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데이비드 시클리타와 셀레넬라 시클리타 부부가 설립한 PCA는 런던의 사치 갤러리와 협력하여 '글로벌 아이(GLOBAL EYE)'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국을 여행하며 아시아에 대한 미술적 관심이 커졌다는 시클리타 부부는 2009년과 2012년에 코리안 아이를 개최했고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프로,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권역에서 글로벌 아이를 추진해 왔다.
글로벌 아이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진행하면서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신진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전시회와 출판물 제작을 돕는다.
그러한 취지로 시작된 글로벌 아이 프로그램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20 특별전 : 크래비티 앤 데이드림(Creativity and Daydream)'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번 전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시작으로 지난 가능에는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도 전시를 이어갔다.
이번 '코리안 아이 2020'이 올해 연도가 아닌 2020년으로 표기한 이유가 이것에 있다. '코리안 아이 2020 특별전'은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러시아와 영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선을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 코리안 아이 2020이 가지는 의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동시대 미술 부분 디렉터인 드미트리 오제코프와 글로벌 아이의 창시자인 세레넬라 시클리타라가 코리안 아이 특별전의 작가들을 선정했다.
현대미술품 수집가로 잘 알려진 '찰스 사치'가 설립한 런던의 사치갤러리 또한 현대 미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설 미술관이다. 사치갤러리 총괄 디렉터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필리파 아담스 역시 특별전의 작가 선정에 참여해 총 26명의 작가들이 선발되었다.
26명의 아티스트 중 K-POP 아이돌 가수 출신의 헨리, 송민호, 강승윤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줄 끝에 페인트가 담긴 추를 매달아 그 움직임을 통해 흩뿌려지는 펜듈럼 페인팅 기법을 사용한 헨리의 작품들과 자신의 내면세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회화 작품들을 그려냈다는 'Ohnim' 송민호의 작품들 그리고 발길 닿는 곳을 카메라 앵글 속에 담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Yooyeon' 강승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전이 가지는 가치는 상당하다.
이 밖에도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듯한 현대의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박다인 작가의 작품과 흑백의 사진을 한지에 인화하여 산수화를 보는 듯한 질감을 표현한 이정진 작가의 작품, 세계의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현지에서 구한 독특한 재료와 오브제를 통해 그림을 그려내는 이두원 작가의 작품, 아폴론과 다프네의 비극적 사랑을 월계수 나무를 통해 표현한 박효진 작가의 작품 등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기발하고도 신선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 코리안 아이 2020 포스터의 햄버거 'Bon Appetit'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시의 포스터 전면에 노출된 김은하 작가의 햄버거를 형상화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수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은하 작가의 부조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Bon Appetit'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품은 작가 김은하의 학부 졸업 작품이기도 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미술가들을 위한 전시에서 사회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대학 졸업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센세이션 했다. 게다가 전시를 대표하는 포스터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그 위용을 자랑하는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주목받을 만한 것인지 여전히도 얼떨떨하다는 뉘앙스로 시종일관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던 김은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응하며 아티스트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은하 작가의 첫 작품은 실물 사이즈의 입체로 된 햄버거였다고 한다. 작품의 재료가 입지 못하게 된 의류이다 보니 재료의 크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작업을 하게 되었고 작품의 사이즈가 자연스레 커지고 부조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고 했다.
입지 못하게 된 옷과 같이 버려지는 것들이 작품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패스트패션과 비슷한 결을 가지는 패스트푸드를 형상화하는 것에 정체성을 부여하였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카테고리의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비추기도 하였다.
◆ 코리안 아이 2020의 발전 가능성과 관람 포인트
이처럼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국내의 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나 사치갤러리 등에서 전시가 될 수 있고 현대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전문 미술 애호가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오프닝 행사에서는 앞서 언급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드미트리 오제코프 박사와 셀레넬라 시클리티라 부인, 사치갤러리 총괄 디렉터 필리파 아담스가 온라인으로 함께 참여하여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시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케이팝 스타뿐 아니라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의 예술가들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이미 음악이나 영화 등으로 인정받은 우리의 정서에 대해 거론하였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성과 신진 아티스트들의 기술력이 융합되어 현대 미술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무척이나 크다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스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우리 작가들의 작품들과 그 제작 과정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KOREAN EYE 2020 특별전'의 관람 포인트로 꼽고 싶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세계 속의 한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우리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꼭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코리안 아이 2020 특별전'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아티스트 들의 작품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KOREAN EYE 2020 특별전 : Creativity and Daydream'은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 몰 지하 1층 P/O/S/T에서 7월 25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