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탄소중립 실현에 역할 '양수발전' 재조명...재생에너지 약점 보완

전력생산까지 2분 30초…비상시 활용
전력계통 최후의 보루로 3개소 신축 추진
관광자원 활용·일자리 창출 등 순기능
한수원 "신규 발전소 안전·친환경 강화"

탄소중립 실현이 범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양수발전'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가장 전통적이고 장주기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규모도 크고 저수량에 따라 5~6시간까지 운전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 등 대용량 발전소 고장 등으로 전력계통이 급격히 불안정해질 경우 전압과 주파수 조절을 통해 전력계통 안정, 고품질 전력을 생산·공급할 수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발전량의 간헐성과 변동성 보완을 위한 백업 설비로 1.8GW 규모, 3개소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다. 국내 유일 양수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수발전소 건설 사업을 신성장사업으로 낙점했다. 한수원은 전국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자체 자율유치 공모방식을 통해 영동·홍천·포천 지역을 선정,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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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양수발전소 하부댐.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를 저장하는 양수발전소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양수발전은 청평, 삼랑진, 양양 등 모두 7곳에 16기가 있다. 전체 설비용량은 4700㎿, 전원구성 가운데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비중은 작지만 다른 어떤 발전원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011년 9월 15일 예상을 넘어선 전력수요 급증으로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 블랙아웃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양수발전소는 상부댐에 저장돼 있던 물을 떨어뜨리며 즉각 전기를 생산,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았다.

원전은 전기 생산까지 약 24시간, 석탄화력 4시간, 복합화력 2시간인데 비해 양수발전은 약 2분 30초 만에 전력 생산이 가능해 갑자기 전력이 부족한 위기상황에서 비상전력으로서 역할을 했다. 2016년 9월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정지함에 따른 갑작스런 출력 변동에도 양수발전이 즉각 기동에 나서며 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바람과 햇빛에 따라 전기 출력이 변동해 일정한 주파수를 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을 보완해주는 '전력계통 안정화' 역할을 양수발전이 담당한다.

양수발전이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양수발전소가 에너지를 생산할 뿐 아니라 저장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수차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발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양수를 하는데, 양수 작업은 주로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전기를 이용해 물을 상부댐으로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흔히 전기가 남으면 전기 생산을 멈추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용량 발전소의 출력을 낮추거나 생산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남는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전력계통 안정화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양수 작업을 통해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리고 이렇게 저장해 놓은 물은 전기가 필요할 때 하부댐으로 떨어뜨리며 전기를 생산한다.

특히 블랙아웃 등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체 기동발전을 통해 주변 대형 발전소에 기동용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전력수급 비상시에 전력계통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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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양수발전소 농업용수 공급.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국가적으로는 전력계통 안정화 역할을 하는 양수발전소가 발전소 주변지역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신규 발전소 건설이 자율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양수발전소 대부분 설비가 지하에 위치해 외부노출에 의한 환경 피해가 거의 없으면서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커 다른 발전원과 달리 주민들로부터 환영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발전소 건설시 총 사업비 1.5%를 특별지원사업으로 지역에 지원한다. 양수발전소 주변 지역과 사업자 지원사업, 법인세, 주민세 등 지역 소득 증대 효과가 톡톡하다. 민간 건설사와 부품 제작사 등 연인원 약 10만명 일자리 창출 효과와 관광상품화에 따른 지역 방문객 증가와 특산물 판매 증대 등 효과도 있다. 이밖에 가뭄시 용수공급, 산불진화 용수활용 등 장점이 있어 지자체와 지역주민 만족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지난 1996년 청송양수발전소는 국내 최초로 지자체와 주민이 유치위원회를 결성해 발전소를 유치했다.

한수원이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및 양강면 일대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영동양수발전소는 총 시설용량 500㎿ 규모로 2024년 9월 착공, 203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약 1조800억원, 건설기간 중 약 816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1조6300여억원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 건설 및 운영기간 60년 동안 주변지역 지원금은 약 451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새롭게 건설 예정인 양수발전소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환경훼손 최소화 및 최적시설배치를 통한 친환경 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국내·외에서 발생한 발전소 침수·화재·폭발 등 대형 사고사례를 다각적으로 분석, 최적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한층 강화된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규 양수발전소에는 국내 최초로 차세대 수차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성능이 향상된 가변속 양수를 도입, 발전은 물론 양수 과정에서도 출력을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대응 속도는 훨씬 빠른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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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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