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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 본명의 이름들 만큼이나 다방면에 뛰어났던 '파블로 피카소'

우리나라에서 '피카소'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고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 실려있는 '추상화'를 배우며 대표적 화가로 함께 배우는 인물이 바로 '파블로 피카소'인 덕분이다.

그 때문에 '피카소'의 작품 세계를 추상화의 범주에서만 인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전시된 '피카소' 작품들은 대부분 대상을 기하학적 형태로 분해하고 형태를 해체 및 재구성하여 입체를 평면으로 표현하는 '큐비즘(cubism)'과 연관된 것들이 많았다. '큐비즘'이라는 화풍을 창시한 것도 '피카소'였기에 당연히 그와 추상화, 입체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 맞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에는 '피카소와 큐비즘'이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로베르 들로네', '페르낭 레제' 등의 큐비즘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 의미가 있는 것은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가 열렸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이라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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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다수의 사람들은 '피카소'의 본명 또한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스페인 출신의 화가라는 사실도 포함해서 말이다. '피카소'의 풀네임은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로스 레메디오스 시프리아노 데라산티시마 트리니다드 루이스 이 피카소'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자녀에게 엄마와 아빠 모두의 성을 물려주는 풍습이 있고 때문에 '피카소'역시 조상들의 성을 모두 붙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길고도 많은 이름만큼 '피카소'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약했다. 큐비즘의 창시자이자 입체주의의 거장이라 불리지만 조각과 도예, 판화 등 회화 이외의 작품들을 만들었고 시집을 내고 희곡을 썼으며 찰리 채플린과 절친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960년 '오르페의 유언'이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정도로 문화예술계의 팔방미인인 '피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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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 지니는 가치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느꼈던 가장 첫 번째가 바로 전시된 작품들의 다양성이었다. 총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연대기적 구성을 이루고 있어 시대에 따른 피카소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섹션 마다의 그림체가 완전히 다르고 판화와 도자 작품들까지 총망라되어 이 작품들이 모두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정말인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특히나 지금까지 피카소 하면 추상화를 떠올렸던 대중들에게는 분명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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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동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국립 피카소 미술관은 단일 작가 미술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5천여 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 110점을 들여와 국내에서 전시를 한다고 했을 때 이 시국에 가능한 일인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수많은 피카소의 작품들 중 어떠한 것들이 전시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피카소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관람해야 하는 이유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번 전시를 통해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신천군 사건'을 모티브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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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공산주의자였던 피카소이기에 해당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까지 금기시되었으나 이후 국공립미술관에서 여러 차례 국내 전시를 요청하였고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폭 2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을 70년 만에 한국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예술 전시계의 괄목할 만한 이슈가 아닐까 한다.

스페인 태생의 작가인 만큼 스페인 내전 당시의 게르니카 참극을 그린 '게르니카'가 피카소가 그린 반전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한국에서의 학살' 역시도 그에 버금가는 뛰어난 명작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미국 워싱턴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브루스 커밍스'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의 표지로 '한국에서의 학살' 그림이 사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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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피카소를 떠올리며 큐비즘과 추상화만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오는 8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반드시 관람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 유명한 '피카소'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니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을 직접 두 눈에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