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에는 여러 사안들을 결정해야 한다. 회사 상호, 상표,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직원 구성원 등 수많은 결정들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고민을 덜하는 분야가 있다. 다름 아닌 사무실 위치다. 사무실을 단순히 임대료가 싼 곳이라든가, 설립자가 잘 아는 동네 혹은 교통이 편한 곳 정도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소 선정은 창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창업 초기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 인근 지역을 기반으로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번성하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쇠퇴하는 도시가 있다.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시는 196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4대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디트로이트시 전체 인구 85%에 해당하는 100만명 가까이가 타지역으로 이주했다. 남아 있는 디트로이트 시민 연평균 소득 또한 여타 미국 도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실업률도 여타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높고 범죄율은 뉴욕의 10배 이상 높아진 적도 있다. 심지어 지난 2013년에 미국 역사상 지자체 도시 최초로 파산 보호 절차를 밟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때 미국 최고 도시였던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자동차 산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자동차산업 쇠퇴와 함께 2000년대 들어 거주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세수입 감소와 방만한 도시 운영으로 무려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게 된다.

한때 가장 번성했던 도시가 이렇게 몰락한 것은 비단 디트로이트에 국한된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쉽게 목격되는 일반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다른 도시 경우 1950년대 최대 도시로 꼽히던 도시 10곳 중에서 8곳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버펄로, 뉴올리언스,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등 인구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시즈오카현은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교통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고급 휴양지와 주요 제조업체들의 공장이 위치한, 일본에서 가장 윤택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크게 줄어드는 도시 2위에 올랐다.

반면 인구가 유입되는 도시도 많다. 미국 경우 2000년 이후 휴스턴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이 100만명에 달한다. 휴스턴은 그나마 원래 도시였던 지역이라 할 수 있지만 전혀 도시라 할 수 없었던 지역이 도시화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더 빌리지스라는 도시는 미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한 곳이다. 더 빌리지스 인구는 아직 11만명 수준으로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지난 2000년 이래 4배로 증가했다. 2013년에도 인구가 5.2% 증가했다. 이런 인구 유입 속도는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나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이상의 수준이라고 한다. 아마도 10~20년이 지난 후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더 빌리지스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실만 보더라도 창업하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초기 고객 확보 내지 주요 고객층 소득 분포 상황 등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비슷한 부류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경향이 많다. 저명한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영화배우, 방송인, 코미디언 등 연예인 75% 이상이 로스엔젤레스(LA)에서 일하며 LA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워싱턴D.C. 경우에는 경제학자, 수학자, 천문학자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정치인 78%가 거주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패션 디자이너의 절반 이상이 뉴욕에 거주하고 있으며, 석유공학 분야 엔지니어 30% 이상이 휴스턴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특정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고객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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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