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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하천은 빗물이 땅을 적신 후 여러 경로를 거쳐 물이 모이는 장소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땅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기억하게 된다. 하천은 그 후 바다로 들어가고, 여러 영양소들은 바다 플랑크톤을 길러 내며 결국 고래까지 연결되는 생태계 먹이사슬을 엮어 내는 중요한 생태학적 실핏줄이 된다.

섬 주변이나 연안의 높은 생물생산성은 하천에서 공급되는 영양소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즉 하천은 육지 내 살아 움직이는 생태학적 동선을 만들어 내고 땅과 바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매개체이면서 바다속 생명을 부양시키는 중요한 근간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하천의 건강한 복원은 땅의 건강한 복원을 유도하게 되며, 바다의 건강성을 보장받게 된다. 땅, 하천, 바다가 연결돼 있는 것이다. 하천을 살리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하천을 살리는 데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첫째 자연의 눈높이로 자연을 복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끔씩 보면 하천변에 계절마다 옹기종기 예쁜 꽃을 심는 일이 많다. 그러나 하천 복원은 인간 중심에서 자연 중심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우뚱한 균형'의 관점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하나 더 있다. 하천 복원 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하천 유역환경의 변화다. 논·밭·숲 대신 아파트와 아스팔트가 들어 왔고, 쌈지공원 하나 변변찮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도시하천 내에 흐르는 물의 양과 질은 이미 옛날과 다르다. 하천을 포함한 유역환경 자체가 하천 환경임을 고려한다면 도시하천을 자연하천으로만 복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둘째 하천이 가지는 환경생태 기능은 이수 및 치수 기능과 분리될 수 없다.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긴 장마 피해는 앞으로 더욱 극심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는 긴 가뭄도 예견된다. 인간이 저지른 일로 자연의 역풍은 만만찮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치산치수가 치국의 주요한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 치수정책은 홍수 통제를 위해 하천의 제방을 높이 쌓고 하천 준설에 치중해 왔다고만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강 사업도 그러하다. 그러나 홍수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강 하류부의 홍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치수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즉 단위 소유역마다 감당할 수 있는 '홍수총량제'를 도입해 작은 유역 단위마다 감당할 수 있는 홍수량을 정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근원적으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하천변 홍수터 확보, 도심 내 녹지대나 유수지 확보, 빗물이용시설 설치 의무화 등 유역 내 다양한 대책 마련을 통해 하천의 상습적인 범람과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 홍수도 예방하고 가뭄 시에는 저장한 물을 유지용수나 다양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비가 올 때 씻겨져 오는 비점오염원도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해당 유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느라 지역 경기 활성화까지 고려한다면 1석 4조의 효과가 있게 된다.

기후변화시대에 상류부터 하류까지 할당된 홍수량을 단계적으로 감당한다면 우리의 땅과 강은 건강하게 지속 가능할 것이다. 이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물관리종합계획,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 등 법정 계획 수립 시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리해 제방, 준설의 선 단위 치수계획에서 유역 대상의 면 단위 홍수총량제 계획까지 추진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가뭄도 예상치 못한 게릴라 폭우도 감당키 어렵던 빗물오염도 새로운 지역 인프라 건설 경기도 모두 잡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jkkim21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