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기업으로 일컫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임금 문제로 잡음이 일었다. 구직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대기업이지만 내부에서는 임금 형평성 문제로 아우성이다. 예년 같으면 '배부른 소리'라는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과 내부 조직 문화를 해친다는 부담에 감히 목소리를 높일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두 대기업의 임금 문제 제기는 MZ세대가 하나둘씩 조직을 채우면서 분위기가 바뀐 탓이 크다. 이들은 기존 조직문화에 순응하기보다는 합리적 문제 제기라며 당당하게 주장을 편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특징을 살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세를 확장, 여론을 조성했다.
실제 최근 만들어진 LG전자 사무직노동조합을 주도하는 것은 30대 대리급 직원이다. 참여 인원만 1000명이 넘는다. 이들도 온라인(블라인드)에서 시작된 불만 여론이 형성돼 노조 조직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LG전자는 사상 초유의 9% 임금 인상으로 불만을 달랬다.
삼성전자 역시 1월부터 시작한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측 제시안과 노조측 주장의 간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러는 사이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들어 1000명이 넘게 신규 가입하며 임금 상승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금 불만은 어느 해, 어느 기업에서도 존재했다. 그동안 일부의 불만으로 치부되던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에서도 공개적 불만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들은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을 강조한다. 회사 성장과 위상에 걸맞은 보상이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면에는 MZ세대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 대부분 자신이 속한 사업 부서의 실적에 따른 성과 보상이 이뤄지는데 조직보다는 개인 능력에 초점을 맞춰 평가 받기를 원한다. 더욱이 과거 희생과 순응을 미덕으로 하던 조직문화도 MZ세대에게는 조직 성장을 스스로 가로막는 구태로 인식된다. 여기에 IT업계 인력난이 지속되면서 시장 임금체계에 조금씩 금이 간 것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더한다.
순응과 인내가 보상을 담보할까. 이들은 부정적이다. 주식과 부동산에 열중하고 회사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앞날만 바라본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윤 창출, 사회적 기여에 더해 합리적 보상에 대해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 역시 기업에 주어진 과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