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경력의 글로벌 K-댄서 팝핀제이(이재형)가 오프라인 활약에 이어 플랫폼 '바바라이브' 기반의 V-챔피언십 등 비대면 행보를 시작한다.
최근 비대면 댄스경연 'V-챔피언십' 심사위원으로 나선 댄서 팝핀제이(POPPIN J)를 만났다.
팝핀제이는 댄스팀 '월드페임어스' 소속 스트리트 댄서로, 2012년 세계 스트리트 댄스 올림픽이라 불리는 '저스트 데붓'을 비롯해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2' '후 이즈 더 베스트' 등 국내대회와 일본 'PopLock Box', 포르투갈 'Euro Battle', 중국 'K.O.D World Final' 등 글로벌 유수 댄스대회에서 팀과 솔로로서 풍부한 우승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2013년 Mnet 댄싱9 심사위원, 2013~16년 한류콘서트 wow pop 안무디렉터, 2014년 한-아세안 정상회담 축하공연 등에서 활약했다. 최근에는 바바라이브에서 펼쳐지는 'V-챔피언십' 심사위원으로 나서며, 더 많은 대중과 호흡을 나누고 있다.
팝핀제이는 인터뷰 동안 댄서로서 시작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경험에서 느낀 인생관을 이야기하며, 댄스 본연의 매력에 견해를 밝혔다.
-댄스계에 몸 담은 지 22년째다. 계기는.
▲어렸을 때 댄스 유행이 시작되던 상황이었다. 힙합을 소재로 한 만화책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함께 추는 분위기도 곳곳에 있었다. 장난스럽게 즐기면서 댄스를 접하다가 당시 PC통신에서 팝인피트-스키터래빗으로 구성된 팀 '일렉트릭 부갈루스' 댄스 영상을 보면서 매료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또래들이 보여주던 춤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신기함과 매력을 느꼈다. 고향 부산에서 춤추는 분께 묻기도 하고, 영상을 보고 따라하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함께 즐기는 댄스 본연의 매력이 처음 시작이자 지금까지 이어지는 힘이 아닐까 한다.
-장르를 팝핑으로 잡은 이유나 원동력이 있는가.
▲앞서 말했던 '일렉트릭 부갈루스' 영상 속 댄스가 팝핑이었다. 과거에는 각기로 불리기도 하고, 팝핀, 파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비보잉과는 조금 다른 결로 간주되던 것이 제게는 새롭고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현재는 문화 교류 이유로 다른 춤을 추기도 하지만 팝핑만큼은 재미를 못 느낄 정도로 새로움과 애정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이어진 다른 하나의 이유는 기질 탓이다.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그 첫발을 떼면 스스로가 납득할 때까지 거듭하곤 한다. 팝핑은 기본적으로 팝이라는 기본동작을 유지한 채 동작을 연이어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기본을 익히고 하나하나 터득해나가면서 끝을 보겠다는 식으로 달려왔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그만큼 심적 스트레스도 만족감도 번갈아가며 받는 편이지만 그 덕분에 성장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댄서로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고교 졸업 이후까지 다소 부족했던 탓에 당시 주변에서 '춤추면 안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할 정도였다. 소위 '면벽수련'을 하듯 3년 동안 연습실에서 먹고 자면서 별도 공연이 없으면 평균 15시간 이상을 연습만 했다.
물론 사전 지식이나 지적해줄 동료가 없는 상황에도 연습에 빠져있었기에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이 지금을 있게 한 큰 전환점이 됐다. 춤 사랑과 성장을 온전히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물론 당시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웃음). 매 순간마다 당시를 떠올리며 만족할 때까지 제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
-글로벌 K-댄스 대표로 꼽힌다.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을 꼽자면.
▲우선 좋은 점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승이나 성과 여부를 떠나서 타 댄서와 함께 교류하면서 영감을 받고, 한 발 더 나아지려는 욕구를 다시 채우곤 한다. 댄스에 입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롤 모델이자 호응하는 대상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를 가다듬는 계기도 생겨서 좋다.
무엇보다 무대 규모나 경연을 떠나 내 인생을 내가 좋아하는 춤으로 채워나가면서, 타인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어려운 점은 잦은 해외 일정으로 피로감에 젖어있을 때가 있다는 것이지만 그조차도 댄스로서 채워지는 제 행복감을 갉아먹지는 못한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매 글로벌 행사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있다. 행사 주최 측의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으로 예선 탈락팀이 본선 무대에 서기도 하고, 당초 예정된 시간을 줄여서 무대 구성을 다 못 펼치게 될 때도 있다. 재밌는 일로는 글로벌 댄서와 교류에서 늘 있다.
어린 시절 만난 일본 댄서 친구와 외국어를 알지 못해 바디랭귀지로 소통했었는데, 어느 순간 영어로 대화하면서 서로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무슬림 종교를 지닌 프랑스 국적 댄서 왈리드가 기도 시간 때문에 자리를 비우면서 빚어졌던 해프닝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다. 비주류였던 댄스문화 속에서 힘겹게 성장해온 것을 모두가 인식하는 터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춤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인격과 문화 모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수상 이력이 엄청나다. 가장 영광스러운 수상을 꼽자면.
▲팀으로 함께 해서 거둔 결과도, 솔로 수상도 모두 값지다. 우선 국내에서는 최초라 할 수 있는 팝핑팀 구성으로 나섰던 2008년 일본 'FreeStyle Session'에서 우승했던 것이 기억난다. 2012년 저스트 데붓 우승도 기억난다. 스트리트 댄스 올림픽 격으로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2005년 첫 출전 이후로 우승할 때까지 거듭해서 갔었다. 특히 2011년 대회 당시 18시간 베이징 레이오버와 함께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 준우승을 거둔 이후 다시 한 번 도전해 결국 우승을 차지하며 기분 좋았던 생각이 난다.
코리아갓탤런트 우승은 댄스 신이 아닌 대중에게 비치는 시선과 함께 '기존까지 탈선행위로 비쳐지던 댄스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며 후배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시 권유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댄스 신에 함께 하는 선후배와 함께 고마움을 나눌 수 있는 '후 이즈 더 베스트' 대회의 기억도 좋다. 최근에는 심사위원 스케줄이 많아져서 대회를 자주 못 나가지만 그만큼 많은 선후배를 보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기회가 된다.
-K-댄서 아이콘 중 하나로서 국내 댄스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춤이라는 본질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사실 스트리트 댄스라는 것이 음악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의식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뭔가 멋져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유로운 흥을 발산하는 댄스나 최근 트렌드인 힙합 래핑처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물론 잘 추시는 분이 정말 많다. 하지만 화려한 모습만 보고 뭔가 잘해야만 하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춤 자체의 행복감을 잊는 것이 큰 것 같다. 댄스 수업을 할 때 이를 강조하곤 한다. 댄스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하는데 시간을 더 들인다. 기교로서 잘 다듬어진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댄스를 통해 행복과 영감을 주고, 새롭게 받아들이는 선순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댄스경연 'V-챔피언십'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계기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무대가 감소한 것이 당연한 이유겠지만 가장 큰 것은 화려한 퍼포먼스 기술보다 댄스의 본질에 더욱 집중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춤을 추면서 경험했던 것, 느꼈던 것, 지식 등을 총동원해 음악과 댄서의 조합, 움직임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볼 것이다.
하지만 대회 진출이나 수상 여부보다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가장 클 것이다. 서바이벌 대회라는 압박감은 심사위원이 지고, 힘든 시기 모두가 함께 댄스를 즐길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V-챔피언십'으로 기대하는 것은.
▲실력 있는 댄서들이 활약하며 더욱 폭 넓게 교감할 수 시간이 될 것이다. 멋진 기교로 잘 추는 모습도 좋지만 잘 추든 못 추든 흥 자체를 함께 나누고 편안하게 춤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문 댄서든 아마추어든 실제 오프라인에 버금가는 댄스 사랑을 즐겁게 나누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각오는.
▲항상 오늘보다 내일 춤을 더 잘 추는 것, 더 좋은 댄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곤 한다. 먼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일과 다음 달, 내년 댄스 실력이 더욱 나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단순히 스킬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롤모델이 된 스키터 래빗 형님이 생전에 하던 '우리 모두의 혈액형은 D, 댄서 하나다'라는 말이 제 인생 신조다.
사실상 춤은 그저 그 인간의 국적과 인종, 성별, 연령 등을 가리지 않는다. 좋은, 더 나은 댄서라는 것은 인성적으로도 모두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늘 멋진 춤에 목말라 있는 좋은 인간으로서 춤이 주는 행복감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