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전쟁 영화는 늘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인 것들에만 충실하면 꽤 괜찮은 작품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영화 '800'은 중국에서 만든 전쟁영화다. 원래는 2019년 6월 상하이 국제 영화제 개막식 상영과 함께 중국 전역에 개봉될 예정에 있었으나 취소되고 1년 2개월 후인 지난 8월 개봉되었다.
개봉 당시 중국에서 두 달 넘게 흥행 영화 순위 1위에 랭크되었고 본토에서만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었다. 같은 시기에 상영되었던 영화로 '테넷'과 '뮬란'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1937년 제2차 상하이 사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800'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에 이어 독일의 유명 영화 장비 제조사 'ARRI'의 'Alexa 65'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역대 세 번째 영화로도 알려져있다.
영화는 어느 할머니가 쑤저우 강 건너의 창고에 상하이 시민들을 지켜주는 군인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난생처음 대도시 상하이로 징용된 일본군의 진격에 밀려 연이은 패배의 아픔을 겪었던 수많은 중국 군들 을 비춘다.
주된 배경이 되는 '사행창고'는 쑤저우 강의 중심으로 남과 북으로 나뉜 상하이의 남쪽에 위치한 프랑스 조계지역을 사수하는 임무를 띠고 북쪽에 위치한다. 제목과 같이 800명의 군인들이 상주하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실제 인원은 고작 400명 남짓이다.
게다가 정예부대의 인원도 아니고 각개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패잔병들이나 소속 부대의 이동속도를 따르지 못해 탈락된 이탈병들이 머릿수를 채우는 실정. 징집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붙잡혀 온 이들과 안전한 조계지역을 벗어나 '사행창고'로 들어서는 학생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집합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그들이 2만 일본군에 맞서 상하이의 마지막 보루인 '사행창고'를 지켜내는 며칠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쑤저우 강 건너편의 조계지역 사람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들은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더욱 배가 시킨다.
사실 영화를 보며 과거 한때 펄럭이는 '성조기'가 나오며 마무리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가 이제는 '오성홍기'가 나오는 중국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인가 싶어 조금 씁쓸하기는 했다. 실제 영화에서는 '오성홍기'가 아닌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만큼 영화를 비롯한 중국의 문화 사업이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영화계도 이와 같은 중국 시장의 발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어벤져스' 시리즈와 '원더우먼', '아쿠아맨', '매드맥스' 제작진이 참여한 이 영화 '800'을 오늘부터 국내 극장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아 다시 관람해 볼 생각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