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회고하다" 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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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쉘 바스키아 프로필 이미지 / 롯데뮤지엄 제공

◇ 거리 예술의 전설적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

'장 미쉘 바스키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동성애'가 아닐까 한다. 항간에는 바스키아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당연시하는 뉘앙스의 표현이나 기록들마저 보인다. 그가 스물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도 3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는데 바스키아의 성적 취향이 어떠했는지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국내 대중들에게 바스키아는 어찌보면 친숙한 미술가가 아닐 수도 있다. '앤디 워홀'이나 '키스 해링'과 비교하였을 때 말이다. 거리의 예술이라 칭하는 '그래피티'의 시작에 '장 미쉘 바스키아'도 존재하였으며 시대를 앞서간 천재화가로 당대의 유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던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점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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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1980년대의 미국은 '브레이크 댄스', '레게', '힙합' 등 슬럼가를 중심으로 하는 흑인 문화가 영향력을 높이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두고 보면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주의는 훨씬 더 강력했을 것이다.

남아메리카 출신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뉴욕 주의 브루클린 태생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바스키아의 유년기에는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했고 일곱 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하시게 되면서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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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아버지가 재혼한 여성이 백인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한 그는 학교에서도 이탈한 채 자신의 반항심을 거리낙서로 승화시켰다. 생계를 위해 엽서나 티셔츠 등에 그림을 그려 판매하던 바스키아는 또래의 거리 화가들과 어울리면서 유흥가를 전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유분방한 예술 활동을 통해 키스 해링, 앤디 워홀 등과 인연을 맺게 된 바스키아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가파르게 높아진 유명세로 인한 고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1987년 앤디 워홀의 사망으로 커다란 상실감에 사로잡혔던 바스키아는 마약에 의존하게 되었고 헤로인 중독으로 이듬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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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 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잠실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에서 지난 10월 8일부터 시작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는 제목 그대로 짧지만 강렬했던 바스키아의 삶을 재조명한다.

'시티 애즈 스쿨'에서 만난 '알 디아즈'와 결성했던 낙서 클럽 '세이모(SAMO©)'의 활동 시기는 '거리'로 텍스트와 이미지, 상업적 인쇄물과 대중매체, 만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시기는 '예술'로 바스키아의 열정과 음악, 시대적 배경을 담은 초상화 등을 도식화시킨 무렵을 '영웅'이라는 단어로 구체화 한 점이 인상적인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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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바스키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앤디 워홀과의 협업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으며 '앤디 워홀의 다이어리라는 하나의 섹션에서는 바스키아와 관련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전시 벽면의 어느 한 쪽에는 대형으로 전사된 체크무늬 재킷을 입고 어떠한 지점을 바라보는 바스키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는데 유럽을 함께 방문했던 앤디 워홀이 직접 찍어 준 것으로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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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장은 작품들만 나열되어 있지 않고 바스키아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그의 생애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영상들 또한 감상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 '장 미쉘 바스키아'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회화뿐만 아니라 드로잉, 세라믹, 조형물, 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 150여 점이 선보여진 점도 매력적이지만 전시공간의 한편을 장식하는 바스키아의 어록을 텍스트화한 문구들에 시선이 쏠렸다. 대담하고 거칠 것 없는 그의 작품들처럼 바스키아가 남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현존하는 아티스인 양 그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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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무의식 속에서 느껴지는 그대로를 제한되지 않은 대상으로 표현한다는 바스키아의 작품들은 자신을 스스로 전설이라 부를 정도로 자신감 넘쳤던 그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부질없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바스키아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고 생존해있다면 올해로 겨우 59세의 나이일 뿐이다.

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를 보면서 그가 살아있었다면 불혹과 지천명의 나이에 어떠한 작품 활동을 하였을까 하는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고전인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시는 내년 2월 7일까지 계속된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