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별세포'가 촉감을 구분해 반응하는 '촉감 지각 능력'을 조절함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정은지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연구한 결과다. 감각정보 전달이 조절되는 원리를 이해, 감각장애 치료의 초석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별세포는 뇌에 위치한 별 모양 비신경세포다. 앞서 연구진은 별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분비해 주변 신경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시상 내 별세포가 가바를 분비하여 신경세포의 감각신호 전달을 제어함으로써 촉감 민감도를 조절하는 원리도 규명했다. 후각을 제외한 시각·청각·촉각 등 감각정보가 신경세포를 통해 뇌 내 시상을 거쳐 대뇌 피질로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시상 내 별세포가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별세포의 가바 분비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시상내 별세포에서 가바 생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다오(DAO)' 효소가 가바를 만들어 내며, 이렇게 생성된 가바가 '베스트1(Best1)' 통로로 분비됨을 확인했다. 베스트1은 칼슘에 반응하는 음이온 통로다.
나아가 가바가 주변 신경세포의 활성과 대사를 억제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세포가 다양한 감각신호를 정확하고 빠르게 받아들여 반응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카메라 노출값이 지나치게 크면 사진 전체가 백색으로 뒤덮여 사진 속 물체를 식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가바가 신경세포의 반응 강도를 세분화해 감각신호에 다양하게 반응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가바가 시냅스 정보 통합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신호(잡음)를 제거하고, 신경세포 신호 전달 속도를 높여 신호 처리의 효율을 높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시상 내 별세포의 가바 양을 제어하면 촉감 지각 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정은지 교수는 “촉감 지각 능력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 기전을 밝혔다”며 “이번 연구로 감각인지기능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창준 단장은 “신경세포 뿐 아니라 별세포도 인지 기능에 중추적 역할을 함을 보여줬다”며 “별세포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내 감각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뇌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 것”이라 전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