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모이라이 게임'이 참사에 대한 기억과 감각을 되살렸다.

이달 13일부터 16일, 한성대입구역에 위치한 여행자 극장에서 연극 '모이라이 게임'이 무대에 올려졌다. 모이라이 게임을 제작한 프로젝트 미탁은 청년예술가들 각자가 다양한 주제를 발제하여 집단토의 및 아카이빙하는 형식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청년예술가들의 창작 소재 개발 및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연극 '모이라이 게임'은 이러한 취지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작품이었다.
2020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 작품인 이 연극은 무대를 꿈꾸는 청년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젊은 관객층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은 실감 나는 연기가 당장 피부에 닿는 것만 같았다. 극의 구성과 내용도 신선하고 혁신적이었으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극이었다. 관객과의 밀접한 소통이 가능한 소극장에서 이루어져 더욱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극에는 모이라이와 말판을 거니는 유령이 등장한다. 운명의 빨간 실도 무대에 놓여 있다. '모이라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신이며 그들 각자는 운명의 실을 직조하고 배당하고 자르는 역할을 한다. 다섯 명의 모이라이들은 각자가 준비한 게임을 진행한다. 마치 운명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게임의 결말 또한 정해져 있다. 말판을 거니는 유령은 맨 처음부터 '지금'과 바로 '여기'를 강조하며 관객들의 집중력을 극대화한다.
누군가는 운명을 믿고, 어떤 사람은 어느 정도만 믿고, 또 누군가는 믿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된다. 마치 다양한 에피소드를 조화롭게 합쳐놓은 것만 같아서 시각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전통적인 규칙을 따라 무조건적인 비극이나 희극을 향해 달려가거나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극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극은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진행되는 느낌이다. 말판을 거니는 유령과 모이라이들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유령은 과거에 벌어진 실제 참사 사건을 이야기하며 아주 느린 속도로 무대 주위를 이동한다. 동시에 다른 게임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관객들은 게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을까. 각각의 게임은 모두 모이라이들과 관객들에게 한 가지 이상의 '괴로움'을 안겨준다. 게임을 진행하기 무서워하는 사람,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사람, 폭력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시체놀이'로 인해 신체적인 불편함을 겪는 사람 등 출연진들은 지속적으로 대답과 반응을 유도하지만 그것에 응하는 사람은 없다. 도와주는 관객도 없다. 만약 우리가 움직였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운명 앞에서의 무력함과 인간의 가능성 사이를 고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연출과 구성, 연기에 있어서도 굉장히 세련된 연극이다. 관객석까지 날아오는 비눗방울과 찢어지는 종이, 빨간 실, 쓰러져있는 사람 등 촉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시각적으로 관객을 자극해서 감각적인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진부하지 않다. 모두가 지금, 여기에서 상상하지 않을 법한 참사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연극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가상의 벽을 허물려는 시도 또한 인상적이다. 극 초반에 배우들은 각자의 본명을 언급하며 인사를 하는 등 극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마치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대사가 계속되면서 혼란을 주는 동시에 연극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열연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각자의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1인극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 몰입도가 굉장하다. 다섯 명의 모이라이들이 모두 뚜렷한 캐릭터와 개성을 가지고 있어 그 차이를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극적 재미다. 하나의 현대 무용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무대 위 자유롭고 제한이 없는 움직임은 몸짓 자체로 하나의 '예술'을 나타내는 듯했다.
운명과 참사를 강조하는 연극, '모이라이 게임'. 평범한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 참사는 일어나고 즉시 일상을 깨뜨린다. 참사와 운명은 그 정도로 영향력이 있고 거대하다. 그 작은 찰나가 지금 이 순간을 바꿔놓는다면 어떨까. 평소에 고민해보지 않은 '지금'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다. 결국 사회적 기록을 통한 타자의 차원에서 참사를 기억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타인의 고통을 기억하고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능한 방식으로 질문하려 하는 것이다.

비눗방울처럼 금방 사라져버리는 참사의 사건에 대한 연대와 감정들. 우리는 참사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렵고 언젠가 자신의 삶이 더 우선시되어 잊혀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도를 그만둘 수는 없다.
청년 배우들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무대에 올려져 기대보다 더 인상 깊었던 연극 '모이라이 게임'. 막이 내리고 나서야 진정한 세계가 시작되는 것처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연극을 보여준 '프로젝트 미탁'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신선함과 무게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연극을 계속 만들어주길 고대해 본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장세민 객원기자 (k-culture@etnews.com)